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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보물선 투자 의혹 일파만파…경찰, 조만간 관계자 소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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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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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113년 전 동해 바다에 가라앉은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로부터 시작된 보물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현 시세 150조원에 달하는 금괴가 실린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은 이름을 신일해양기술로 바꾸고 보물선 탐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보물선을 빌미로 한 투자 사기 의혹과 다단계 가상통화(암호화폐) 판매 의혹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거창했다. 지난달 15일 신일그룹은 1905년 러일전쟁에 참가했다가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현 시세로 따지면 150조원에 달한다며 수백억원의 인양비용은 투자로 충당할 수 있다고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보물선을 빌미로 한 투자 사기 의심이 일자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 등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실제 배에 실려 있는 금괴는 현 시세로 10조원가량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의심의 눈초리는 더 커졌다. 신일그룹은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통화를 판매하고 있는 데다 핵심 경영진이 다른 사기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거나 법정 구속된 사실이 알려졌다.

신일그룹은 보물선에 담긴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CG)’이라는 가상통화를 발행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표면적으론 돈스코이호 탐사와 인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신일그룹’과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대표가 다른
독립 회사다. 양측도 자신들은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별개의 회사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었다.

그러나 경찰은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로 보고 있다. 싱가포로 신일그룹의 전 회장 유모씨와 신일그룹 전 대표 류모씨는 인척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허청에 등록한 ‘신일골드코인’과 ‘돈스코이호’ 상표등록 출원인도 모두 류씨인 점이 드러났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 5월부터 신일골드코인 사전판매를 벌여 신일골드코인을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 담보 글로벌 가상통화’라고 홍보해왔다.

판매 방식은 다단계를 의심케 한다. 구매 액수에 따라 본부장, 팀장, 센터장, 자문위원 자격을 주며 이들이 투자를 유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신일그룹 경영진들에게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 유모씨는 2014년 사기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아직 체포 시한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경찰은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그의 신병을 확보한 뒤 투자 사기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또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대표인 또 다른 유모씨는 별건 혐의로 법정구속된 상태다. 실제 신일골드코인 거래는 이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수감 중인 유씨를 상대로 보물선 투자 사기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러한 의혹에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달 27일 “투자자들이 원하면 코인 환불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4일 새로운 공지를 통해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한국 내 업무를 담당할 대리인(부회장)과 변호인 등을 신규로 선임해 새로운 팀을 구성했다”며 사업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로부터 수사를 넘겨 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만간 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예정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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