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정법원 상주지원 2017느단3043 판결
협의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 금액을 1억원으로 협의를 하였고, 일방이 상대방에게 1억원을 송금해주었는데, 단지 이혼 합의서에 “위자료 1억원”으로 잘못 기재한 경우 돈을 지급받은 일방이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재산분할금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재산분할의 재판을 하는 것은, 재산분할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경우에 가능하다(민법 제839조의 2 제2항 참조).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이미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였다고 본다면, 그 후에 당사자 일방이 재산분할 청구를 하더라도 그 청구는 기존의 협의에 반하는 것으로 청구의 이익이 없는 것으로써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합의서에 “위자료”로만 기재되어 있더라도, 여러 제반사정상 그 의미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까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당사자 일방의 재산분할 청구는 불가능하게 된다.
아래 사례는 재산분할금으로 7,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서에 “위자료 7,000만원”로 잘못 기재한 경우인데, 위 합의를 기초로 이혼이 성립한 후 돈을 지급받은 일방이 다시 재산분할 청구를 한 사안이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2. 사실 관계
A와 B는 1995. 3. 31. 혼인신고를 하였고,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었다. A와 B는 2017. 5. 30. 대구가정법원 상주지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을 하였다. 2017. 6. 21. B는 A에게 재산분할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면서 자신의 기여도에 따른 재산분할 몫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A와 B는 재산분할 액수에 대한 이견을 보이다가 2017. 6. 28. 미성년자녀를 위한 자녀양육 교육을 실시하는 날에 만나서 A가 B에게 7천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재산분할에 대한 구두 합의를 하였다. 2017. 6. 29. B는 A에게 7천만원을 송금 받을 자신의 통장 사본까지 보내주었고, 2017. 6. 30. B는 A에게 “어제 통장 보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합의했으면 빨리 진행하지, 답 없이 계속 기다리는 것도 그러니..”라는 문자를 보냈다. 2017. 7. 17. A가 B에게 “돈은 준비 됐다. 올 때 합의서 한 통 써주고”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날 00보험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B가 합의서를 작성해오지 아니하여 대신 A가 그 자리에서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다음날 A는 7,000만원을 B에게 송금해주었다. 다만 A가 실수로 합의서에 “위 두 사람은 합의 이혼에 의한 위자료 일금 칠천만원에 서로 합의합니다”라고 기재하고 말았다. 당시 A는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 증세가 발생하여 2017. 6. 29.부터 약물치료를 받을 정도로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A와 B는 2017. 11. 1. 대구가정법원 상주지원에서 협의이혼의사를 확인받고 같은 날 그 이혼신고를 마쳤다. 이후 2017. 11. 22. B는 A에게 “재산분할금으로 2억 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재산분할 청구 심판 소송을 제기하였다.
A는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토로하였고, 필자는 B가 제기한 재산분할 청구의 부당성을 직감하였다. 합의서에 위자료로 잘못 기재된 것을 기화로 상당한 금액의 재산분할금을 받아내기 위해 합의된 내용에 반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여졌다.
필자는 이 사건을 선임하여 A를 위하여 아래와 같이 변론하였다. 필자는 “A는 착오로 합의서에 ‘위자료’로 잘못 기재하였지만, 협의이혼 과정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세지 내용, 그 액수가 7,000만원으로 통상의 위자료 액수보다 훨씬 크다는 점, A가 미성년자녀인 000(2001년생)에 대한 양육비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 점, 혼인생활 과정에서 B가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발생시켜 A가 2억 8천여 만원에 해당하는 B의 빚을 갚아온 사정 및 A와 B의 협의이혼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위 금원 7,000만원의 지급은 단순 위자료 명목의 지급이 아니라, 더 이상 혼인생활을 기초로 한 재산분할 청구를 구하지 않기로 하는 포괄적 협의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재산분할 협의는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하는 의사표시로서 이후 A와 B가 협의이혼을 함으로써 그 조건이 성취되어 효력이 발생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재산분할 청구는 그 청구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판결 요지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A와 B 사이에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이미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까지 모두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B의 이 사건 재산분할 청구는 청구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① 이 사건 합의서에는 ‘위자료’로 7,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A와 B는 협의이혼 신청 이후 B가 A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하면서 금전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였고, A와 B가 최종적인 합의 금액을 정하면서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구별하여 논의한 흔적은 전혀 없는 점, A와 B가 합의 금액을 확정한 다음 A가 돈을 준비하여 B에게 ‘돈은 준비됐다. 올 때 합의서 한 통 써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자, B는 A에게 ‘내일 가면서 연락할게. 전 재산 애들 앞으로 한다고 했으니까 그 약속도 지켜줘. 짐은 저녁에 셋째 오빠랑 뺄께’라는 문자를 보냈는바, B는 더 이상 재산에 관하여 청구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하기도 한 점, A가 B와 합의된 7,000만 원을 B에게 송금한 다음 스스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바, A가 재산분할을 제외하고 위자료만을 특정하여 합의서를 작성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합의서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B는 A로부터 재산분할을 포함하여 7,000만원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협의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② 금액의 면에서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7,000만 원은 위자료로는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할 것인데, A가 B에게 위자료로 7,000만 원이란 거액을 지급할만한 사유를 발견하기 어렵고, 나아가 이 사건 진행 과정에서 밝혀진 A의 재산상태까지 감안해보면, 7,000만원이 모두 위자료라고는 인정하기 어려운 점, B는 재산분할 요청 과정에서 A에게 ‘모르겠다 다 팔고 변호사비랑 수수료랑 다 제하고 나면 각자 1억씩 남겠네’라고 문자를 보냈데, 이에 A는 ‘그러면 아들 공부시키고 장가가는 비용은 고동으로 내는 건가’라고 반박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는바, 성년인 자녀 2명을 제외하더라도 당시 만 15세의 자녀(000)를 A가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7,000만 원은 위와 같은 양육비를 감안한 금액으로 충분히 이해될수 있는 점, 나아가 A는 B에게 합의된 7,000만 원 이외에도 한화손해보험과 삼성생명보험의 각 명의를 B로 변경해주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합의서에 기재된 7,000만원에는 재산분할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한다.
4. 판결의 의의
가정법원이 이혼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분할의 재판을 하는 것은 재산분할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 한하는 것이므로(민법 제839조의2 제2항), 당사자 사이에 이미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하였다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재산분할의 청구가 있더라도 그 청구의 이익이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므409 판결 등 참조).
즉, 위 사건에서 A와 B는 합의서에 따라 협의이혼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A로서는 위 합의서에 따라 자신의 의무(7천만원의 지급)를 모두 이행하였으므로, 만약 위 합의가 재산분할까지 포함하는 합의라고 한다면, A와 B 사이의 이혼과 재산분할은 모두 정리되어 B로서는 더 이상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게 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기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될 것이다.
그런데 A와 B는 협의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합의서에 “위 두 사람은 합의 이혼에 의한 위자료 일금 칠천만원에 서로 합의합니다”라고만 기재하긴 하였다. 위 합의서 내용에 따른다면, 위자료 명목으로 7천만원을 지급한 것이고, 달리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일응 B는 A에게 재산분할금 청구를 별도로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 합의서의 기재는, 협의 과정에서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의 문자메세지 내용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명백히 “재산분할”에 대한 오기로 “위자료”를 기재한 것이 분명하였다. 합의한 내용이 이러함에도 단지 합의서에 위자료로 기재되어있다는 점을 근거로 일방이 다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면, 상대방에게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위 합의서가 재산분할까지 포함하여 합의된 것임을 인정하였고, 위 합의에 반하여 제기된 이 사건 재산분할청구를 각하하였다. 이 판결은 법리적으로나,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나 어느 모로 보든 매우 타당한 판결로 생각된다.
5. 나가며
이혼하면서 재산분할 명목으로 금액을 협의하였으면서도 합의서에는 위자료로만 기재하는 불상사는 다시 일어나서는 아니 된다. 위 사안에서처럼 합의서에 위자료로만 기재되었음을 기화로, 당사자 일방이 이혼 후 마음이 바뀌어(금전에 대한 욕심) 부당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다행히 위 사안에서는 재산분할 청구가 각하되었지만, 실제 소송에서는 재산분할금을 다시 지급하라는 억울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만큼 합의서의 기재 내용은 중요하고 그 기재에 따른 내용이 쉽게 번복되기란 어렵다.
남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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