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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폭염에 사람도 차도 '녹초'…"사고·고장 늘어 각별한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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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암 환자가 폭염에 돌아다니는 것과 같아"

기온 1℃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평균 1.2% 증가

뉴시스

【원주=뉴시스】박종우 기자 = 2일 오전 11시44분께 강원 원주시 영동고속도로(강릉방향)에서 BMW 520d가 전소됐다. 2018.08.02. (사진=강원지방경찰청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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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1. 2016년 말 BMW 차량을 구입한 A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난달 초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동이 꺼지더니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춘 것이다.

서비스센터로 차를 보냈더니 센터 직원은 "엔진 쪽 기어 체인 문제 같다"며 "일단 해당 부품만 교체한 뒤 다음에 또 고장나면 신경써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요즘 5시리즈 엔진에 계속 불 붙는데 내 차는 엔진 문제만 벌써 두 번째"라며 "내 목숨으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불안해서 차를 탈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 지난달 8일 B씨가 몰던 국산 승용차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의 청주운전면허시험장 앞 도로에 있는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자석에 타고 있던 B씨의 장모 C(82.여)씨가 숨지고 B씨가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를 낸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깜빡 졸아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고장과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열대야와 폭염으로 잠을 설친 운전자들의 집중력 저하와 함께 더위 먹은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31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한 BMW의 경우 7월에만 11건의 사고가 몰렸다. 최근에는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접수 건수가 평균 1.2%씩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여름철 발생한 교통사고 186만6083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 접수 건수는 평균 1.2%씩(약 80건) 증가했다. 23℃에서는 6958건이었던 사고가 30℃에는 7540건, 33℃에는 7804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교통사고 건수는 19만37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7만9663건에 비해 1만4131건(7.9%)이 더 발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폭염 등 무더운 날씨가 운전자들의 숙면을 방해하면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운전에 제대로 집중을 못해 사고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상 차량이라면 폭염이 문제되지 않지만 결함이 있는 차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차가 달리면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공기가 식혀줘야 하는데 결함이 있을 경우 엔진이 열 발산을 못해 화재 등 차량 고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화재가 발생하는 BMW의 경우 현재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과부하로 인한 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파악됐는데 이런 날씨에 문제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은 마치 고혈압 300인 환자가 폭염 상태인 길거리를 무방비로 돌아다니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자동차 자체 요인으로 봤을 때 일년 중 고장이나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계절은 여름이다. 특히 차량 화재는 온도 1~2℃라는 미세한 차이로 발생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자기 불이 붙어 운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폭염 상태에서 운전을 할 때는 온도가 높은 오후 2~4시 사이에는 운행을 자제하고 장거리 운전의 경우 1~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려 그늘 밑에서 10분 이상 시동을 끄고 엔진을 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고차의 경우 냉각수나 엔진오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여름철에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엄청나기 때문에 타이어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관계자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멍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중간에 살짝 필름이 끊겨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여름철에 사망이나 중상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서비스 협회인 '트리플에이'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전날 몇 시간을 잤느냐가 운전할 때도 영향을 미치는데 폭염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운전할 때 피로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집중력 저하와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기한테 맞는 신체리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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