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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유승목의 개人주의]폭염에 지친 우리집 '털보'…'빡빡' 깎으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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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편집자주]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그 도덕적 진보는 동물에 대한 처우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혹은 맛있는 음식 재료라는 이유로 동물의 목소리는 무시 받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때 우리도 새롭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가 아닌 개(동물)와 사람이 함께하는 '개人주의'를 위해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부터 맥주와 콤비를 이뤄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닭의 삶까지 여태 알지 못했던 우리 주변 동물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개人주의][반려견TALK]40도 넘는 폭염, 반려견 사람보다 더위 잘 타…열사병·화상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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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변에서 반려견 두 마리가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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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반려견 '곰이'와 동고동락 중인 이모씨(27·여)는 최근 평소 산책 시간보다 늦은 밤 9시가 넘어서야 산책에 나선다. 지나치게 더운 날씨로 반려견이 건강을 잃을까 걱정되기 때문. 이씨는 "매일 산책을 즐기던 곰이가 요즘에는 금방 헥헥대고 그늘만 찾는다"며 "산책은 해야 하는데 더위를 못 견뎌 부득이하게 밤 늦게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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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돌파하는 등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국이 펄펄 끓는 가운데 반려견 건강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더위를 잘타는 반려견들이 요즘같은 푹푹 찌는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운 것. 하지만 무턱대고 사람처럼 더위를 식히다가 반려견 고통이 가중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은 땀이라도 흘리지= 최근 전국 평균 낮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경북 영천시의 낮 최고기온이 40.2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뜨겁고 습하기로 유명한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의 낮 기온보다 서울이 더 높을 정도로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며 17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등 사람들이 지쳐 쓰러지고 있다.

폭염을 견디기 어려운 것은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반려견이 사람보다 더위에 취약하다. 반려견의 평균 체온은 약 38도 정도로 36.5도인 사람보다 높고 사시사철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어 더위를 잘탄다.

또 땀구멍으로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사람과 달리 반려견은 혓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하고 몸에 땀샘이 없어 체온조절 능력이 약하다. 이 때문에 혀를 내밀고 헐떡거리는 '팬팅'(Panting)을 통해 열을 배출한다. 더운 날 산책에 나선 반려견이 유독 '헥헥'거리는 이유가 바로 열을 내뿜어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변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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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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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도 반려견 더위에 한 몫 한다. 보통 중형견 기준 체고(바닥에서 어깨까지 높이)가 25~30cm에 불과한 반려견들은 지열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 사람보다 더 높은 온도를 느낀다. 일본 웨더뉴스에 따르면 기온이 30도로 관측될 때 어린이가 느끼는 주변 온도는 38도지만 지면과 가까운 반려견 주변 온도는 40도에 육박한다. 요즘같은 더위에 반려견의 외출은 한증막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열사병에 화상, 말 못하는 아픔= 산책과 바깥 활동은 보통 반려견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람보다 더위를 잘 타는 반려견들에게 있어 폭염 속 산책은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가장 큰 위험은 열사병이다. 과도하게 열을 흡수한 신체가 더 이상 열기를 받아낼 수 없어 생기는 열사병은 보통 38도인 반려견의 체온이 41도로까지 오르면 발생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반려견의 열사병은 △덥고 습한 환경 △쉴 수 있는 그늘이 없는 경우 △마실 물이 부족할 때 △문이 닫힌 차에 방치된 경우 에 주로 발생한다. 보통 더운 날씨에 무리하게 산책을 하는 경우다.

열사병에 걸린 반려견은 과도하게 헐떡이거나 불안정한 호흡을 보이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구토나 설사, 발작,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비만이나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나 '퍼그', '불도그'처럼 비강이 짧은 납작한 코를 가진 견종에서 발생이 잦다.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열사병에 걸리면 반려견의 뇌가 손상되고 사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찬물로 목욕을 시킨 뒤 에어컨으로 체온을 내려주고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이동해야한다"고 말했다.

폭염에 달궈진 길을 걸어야 하는 반려견 발바닥도 걱정해야 한다. 화상 때문이다. 영국 동물학대방지협회(RSCPA)에 따르면 여름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산책하는 반려견들이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온이 30도일 경우 아스팔트 지면은 55도까지 오른다. 사람과 달리 맨발인 반려견들이 다칠수 있는 온도다. 만약 반려견이 걷는 것을 거부하거나 발바닥 색깔이 변해 있으면 화상을 의심하고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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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는 반려견의 모습. /사진제공= 뉴시스


◇덥다고 털 '빡빡' 깎지 마세요= 이처럼 더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많은 반려인들이 폭염에 고생하는 반려견들이 무사히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보양식을 비롯해 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가끔 잘못된 지식과 부주의로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려인들이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가 털 관리다. 여름철 공원에 가면 털을 빡빡 밀고 체형을 드러낸 반려견을 쉽게 볼 수 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온 몸에 털을 뒤덮고 있어 더워 보인 나머지 시원한 여름을 보내라고 짧게 미용하기 때문. 하지만 짧아진 털은 반려견에게 시원함 대신 뜨거운 화상을 입힐 수 있다.

얇은 개의 피부는 열과 자외선에 취약하기 때문에 털이 짧아 피부가 드러날 경우 뜨거운 햇빛과 자외선에 노출돼 피부손상을 입을 수 있고 열사병 위험도 높아진다. 이웅종 교수는 "삭발을 시키면 직접적으로 피부가 햇빛에 노출돼 오히려 좋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반려견의 털을 삭발하는 것 보다 적당히 다듬어주고 한 낮에 산책을 삼가는 것이 더 좋다. 부득이하게 낮 시간에 외출해야 한다면 얇은 옷을 입히고 그늘로 가는 것이 좋다. 백내장 예방을 위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반려견용 선글라스도 준비하면 좋다.

폭염으로 집에만 머물러도 더운만큼 각종 쿨링 제품들로 반려견의 더위를 해소할 수도 있다. 물에 적셔 입히는 쿨조끼 등 제품부터 쿨매트, 대리석매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굳이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물을 얼린 페트병을 수건으로 말아 주는 것도 좋다.

다만 선풍기 바람을 오랫동안 쐬게 하는 것은 더위 해소 효과도 적고 오히려 감기를 걸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에어컨의 경우 선풍기와 달리 실내온도 자체를 낮춰 더위 해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집안의 더운 공기는 위로 가고 에어컨의 찬공기는 바닥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온도를 너무 낮출 경우 반려견이 추위에 떨 수 있어 실내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하지 않아야 한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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