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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진보의 탈을 쓴 위선의 무리 형상화…문단 ‘미투 징계’ 확인 못한 건 내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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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해리’ 펴낸 공지영 작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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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9년 동안 목격한 악의 단순함과는 다르게, 진보와 민주의 탈을 쓰는 게 돈이 된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득한 사기꾼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걸 작가로서 감지했다. 앞으로 싸워야 할 악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행하는 무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소설로 형상화했다.”

소설가 공지영씨(55)가 신작 장편소설 <해리>(전 2권·해냄)를 펴냈다. 공씨의 말대로 소설은 선한 모습으로 포장된 악인의 실체를 폭로한다. 사회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여성 신도에게 성폭력을 행사하고 장애인 봉사 단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가톨릭 신부, 그와 내연관계인 타락한 장애인 후원기관 여성 대표가 나온다. 10년 전 장애인 시설의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소설 <도가니>에 등장했던 무진이라는 도시를 다시 불러와, 자욱한 안개 속에 선과 악 사이를 줄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씨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공씨는 “<도가니>가 약자들의 싸움 과정을 담았다면 <해리>는 약자를 괴롭히는 악인의 위선과 거짓말을 탐구했다”며 “내가 사는 지구가 1㎝라도 더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0년간 글을 써왔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한다지만, 간담회에선 작가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 봉침이나 사이버 명예훼손 등의 이야기는 작가가 겪은 일을 떠올리게 한다. 공씨는 “여태껏 써온 모든 소설이 현실 취재를 바탕으로 해서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도 그렇게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씨의 공방에서 김씨를 옹호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임금님을 보고 ‘어, 벌거벗었네’라고 말하는 어린아이와 같다”며 “자연인으로서의 기질도 그렇고 작가로서도 벌거벗은 사람을 보고 임금이든 누구든 벌거벗었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씨는 “맞고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내가 얼마 뒤 책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고발하자고 생각한다면, 그런 세상에서 책이 팔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덧붙였다.

공씨는 2016년 말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운동이 일자 한국작가회의에서 징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징계 결과는 외부에 공표되지 않고 흐지부지됐다. 공씨는 “당시 징계위원장으로서 징계 결론을 내서 넘긴 후 외국으로 갔지만, 작가회의 임원단에서 보류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에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운동이 있고나서 알게 돼 화를 냈지만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공씨는 최근 고은 시인이 성폭력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에 대해서는 “고은 시인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술을 함께 마셔본 적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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