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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복날 식탁 오른 개고기…"쓰레기 먹고 자랐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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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복날 더위에 개고기 두고 찬반 논란…동물권 단체 "개 농장, 음식물 쓰레기 먹여 키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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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시작되며 복날 개고기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동물권 단체들은 개를 먹는 행위 뿐 아니라 식용개 사육과 도살 자체를 금지하자며 목소리를 높인다. 또 개 농장 운영에 불법이 만연할 뿐 아니라 사육환경도 비위생적이라고 지적한다.

◇개고기 반대 거세져= 흔히 보신탕, 사철탕이라고 불리는 개고기 문제는 묵은 논쟁거리다.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인 개를 먹는 것이 동물복지를 비롯, 여러 면에서 좋지 않다는 의견과 오랜 전통 문화를 금지해야할 필요가 있냐는 불만이 매년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등 반려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하며 개고기 식용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46%로 찬성 의견(18.5%)을 압도했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이 넘게 참여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맞춰 정치권에서도 개고기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축산법 일부개정안'에는 개를 가축의 정의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 의원은 식용을 위해 개를 도살하는 행위를 법으로 막을 수 있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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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법'을 놓고 개농장주와 동물단체가 맞붙은 가운데 지난 4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불법 개농장 철폐'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이에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위헌 헌법소원 인용'과 '개고기 합법화'를 촉구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개고기, 불법 아닌 불법= 개고기 논쟁이 지속되는 것은 개고기 섭취와 농장에서 식용 개를 사육하는 것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행 축산법에 따라 개는 가축이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아 임의로 개를 도살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현재 전국에 2800개 이상의 식용개농장이 있고 한해 100만 마리가 넘는 개들이 '식용'으로 도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고기를 먹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법에 쓰여있지는 않지만 개고기가 식탁에 오를 때까지의 과정에 불법이 만연해 개고기가 합법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사)동물권 행동 '카라'는 2016년 펴낸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법규 안내집'에서 개가 사육·유통·도살되는 과정에서 최소 5개의 현행 법률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법규 안내집에 따르면 식용 개농장들은 개를 키우면서 △동물보호법 △축산물위생관리법 △식품위생법 △가축분뇨법 △가축전염병예방법 △폐기물관리법 등을 위반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비인도적인 동물학대다. 식용 개들은 아무런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곳에서 사육될 뿐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하다가 도살된다. 특히 도살시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살아있는 개의 목을 매달거나 입이나 항문에 전기봉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국제적인 안락사 기준에도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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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의혹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모습. /사진제공= 뉴시스


◇쓰레기 먹고 크는 개가 건강식?= 몸 보신용 '보신탕'으로 식탁에 오르기 위해 아무렇게나 키워지는 개들이 사실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살 과정만큼이나 키워지는 과정도 비인도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는 개들은 제대로 된 사료는 커녕 음식물 폐기물을 먹고 자란다. 지난 11일 카라가 발표한 '식용개농장의 음식폐기물 급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개농장들이 음식쓰레기 처리업을 신고해 재활용업체로부터 음식폐기물을 받아 개들의 사료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상해서 악취가 나는 폐기물에 항생제를 섞어 먹이는 식이다.

카라에 따르면 경북 김천에서 폐기물처리신고를 한 33개곳 중 27개 농장이 식용개농장이었다. 어떤 농장은 370마리의 개를 키운다는 이유로 대학교 1곳과 초등학교 9곳 등 25개 음식물 배출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항생제 범벅이된 폐기물에는 닭 내장 등 축산폐기물도 있어 조류독감(AI) 등 가축감염병 확산 위험도 있다. 실제 지난해 AI 발생으로 4000만 마리의 살처분 사태를 겪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한 도축장에서 나오는 동물성잔재폐기물 인수자 중 10곳이 식용개농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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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농장에서 축산폐기물 급여 준비중인 모습. /사진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단체들은 환경 당국의 방치가 이 같은 문제를 키우는데 한 몫했다고 지적한다. 음식폐기물을 사료로 쓰려면 사료관리법에 따라 멸균처리 등을 엄격하게 거쳐야 하는데 환경부와 관련 단체에서 이같은 기준 준수 여부 확인이나 검사를 거치지 않고 식용개농장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업 신고를 받아줬다는 것이다.

전진경 카라 이사는 "환경부 등 정부의 허술한 유기성폐기물 관리로 인해 그동안 식용개농장들은 불법 음식폐기물과 축산폐기물로 몸집을 불려왔다"며 "식용개농장이 건재한 이유는 개들을 살아있는 음식쓰레기통으로 여겨온 환경부의 동물에 대한 몰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위법한 지원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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