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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주 53시간 이상 일하면…정시퇴근보다 우울할 위험 21%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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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직장인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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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9시간.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2016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255시간) 다음으로 길다. 연 1363시간 일하는 독일과 비교하면 한 달에 60시간 가까이 더 일해야 하는 셈이다. 예전보다 줄었다지만 야근이나 휴일 근무가 일상처럼 반복되는 근로자가 많다.

이러한 장시간 근로는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줄까. 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주 53시간 이상 일하면 40시간 근무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 위험이 최대 21%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경희 이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팀은 15일 근무 시간과 업무 스트레스, 우울증의 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2014년 근로환경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근로자 2만3197명(주 35시간 이상 근무)을 분석했다. 이들을 주당 근무 시간에 따라 ▶35~39 ▶40 ▶41~52 ▶53~68 ▶68 이상으로 나눴다. 그리고 주 40시간 근무자를 기준으로 우울 증세가 나타날 확률을 비교했더니 53~68시간 근로자는 21%, 68시간 이상 근로자는 14%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장시간 일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가 '정시 퇴근'에 비해 우울 증세가 나타날 위험이 두드러지게 큰 것이다. 오랜 근로 시간은 휴식 시간 부족으로 이어지고 쉽게 우울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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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근로는 우울 증세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이는 기존 외국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바 있다. 영국에선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에게 우울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7~8시간 근무자의 약 2.4배에 달했다.

장시간 근로는 필연적으로 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결국 우울 증세로 악화하기 쉽다. 연구팀은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겪는 우울 증세의 20~40%는 장시간 근무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 탓으로 추정했다. 반면 주당 근무 39시간 이하면 근무 스트레스가 우울 증세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근무 시간이 근로자의 우울 증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립적 변수라는 걸 확인했다. 근로자의 정신 건강을 챙기려면 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업무 시간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직장 상사와 동료의 도움도 우울 증세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양한 개성 존중, 적절한 갈등 해결, 직원 간 협력 등이 정신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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