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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김세형 칼럼] 삼바, 누가 장난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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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긴급 브리핑을 열고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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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이른바 '삼바' 사건에 등장하는 면면은 가히 드루킹 사건은 저리 가랄 정도로 화려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와 삼성 계열사 합병 및 후계 승계 문제까지 걸고넘어져 사실상 삼성 전체를 걸었다. 여기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상장과 회계당국을 위시해 한국 랭킹 1~3위 회계법인 삼일, 삼성, 안진 등이 연루돼 있다.

참여연대 의뢰로 1년 동안 사건을 조사해온 금감원의 감리 결과를 전달받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는 '공시의무위반' 한 가지만 문제 삼고,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변경이 부당한지 금감원이 다시 들여다보라고 되돌려 보냈다.

결론적으로 증선위는 금감원이 삼바의 회계 부정을 억지로 우긴 것이며, 문제의 시발점인 참여연대의 체면을 봐서 어정쩡하게 "다시 살펴보라"면서 삼바에는 꿀밤 한 대를 먹인 셈이다. 검찰이 공시위반으로 수사해봤자 나올 것은 없을 것 같고, 결론은 금감원이 권력에 포진한 참여연대 출신 권력자들의 눈치를 살펴 삼성 저격수들 편을 든 꼴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 사건에 국가기관발 국정농단이란 이름을 붙일 사람도 나올 것이다.

매우 복잡한 사건을 그나마 단순하게 가르마를 타면 이렇다.

삼성은 반도체를 이을 먹거리 사업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바이오(Bio)로 결정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게 2011년 4월이다. 특허 기간이 지난 복제약(시밀러)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바이오젠(지분율 6%)과 합작으로 이듬해 설립했다. 시밀러 한 품목을 개발하는 데 보통 2000억원이 소요되므로 6개 품목 개발에 1조7000억원이상 돈을 쏟아부은 회사는 2015년께 몹시 자금이 쪼들렸다. 이때 성공작 엔브렐바이오시밀러가 터졌고 이어 레미케이드라는 2탄이 또 터졌다. 이 2개 품목 성공가치의 평가 추산액이 대략 5조2700억원에 달했다. 하필이면 바로 이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작업(주총 7월 17일)이 있었다. 원래 상장사 간 합병은 양사 거래주가비율의 공식으로 100% 완료되나 국민연금 등은 의결권 찬반을 위해 기업 속을 들여다본다. 즉 제일모직 1주 대 삼성물산 0.35주의 비율이 적절한지 따져야 하므로 이때 제일모직이 45.7%를 가진 삼바의 가치를 처음 평가했다. 이후 돈이 달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돈은 한국에서 벌고 뉴욕에서 상장하면 이완용"이란 여론이 들끓어 국내 상장으로 선회했다. 미국 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분은 6%, 삼바는 94%였는데 신약 개발이 대히트하면 바이오젠이 삼바 지분 50%-1주를 매수할 권리(call옵션)를 준 게 합작 조건이었다. 돌멩이가 다이아몬드로 변한 셈이므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국제회계기준(IFRS) 원칙에 의거해 삼바는 2015년 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했다. 그렇게 하여 바이오 히트작 2개의 가치를 회계장부에 반영해 1조9000억원의 흑자 기업으로 돌변하여 이 가치를 기반으로 2016년 11월 주당 13만원에 기업공개를 단행했던 것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사항, 즉 콜옵션과 장부가치 반영이 삼바와 금감원 의견이 갈리는 핵심이었다.

요약하면 삼바의 가치평가는 계열사 합병 시(삼정·안진), 2015년 결산자료(안진), 기업공개 시(한국공인회계사회), 금감원 접수, 거래소 접수, 금감원 증권거래 신고서, 그리고 참여연대 질의에 대한 1차 답변서 등 7차례에 걸쳐 있었고 금감원이 3번 개런티한 셈이다.

그러다 문제의 참여연대 청원, 심삼정 의원 회견 등의 독촉에 작년 3월 증선위가 "금감원이 감리하라"는 지시를 내려 1년 동안 작업을 했다. 금감원은 에피스 가격을 뻥튀기 한 '회계분식'이란 결론을 내렸다. 참여연대가 가치 뻥튀기로 계열사 합병과 후계구도에 특혜를 주고 막대한 상장차익을 본 것으로 의심한 것과 상통한다. 금감원이 이 결론을 금융위에 보고도 하지 않고 김기식이 아웃된 상황에서 휴무일에 발표한 데 대해 갖은 배후설이 무성했다. 금감원이 감리위를 열기 직전 참여연대는 감리위원을 넣어라 빼어라 하며 금융당국을 압박했다. 이때 금융당국은 참여연대의 압박에 대한 우려가 컸다.

돌아보면 금감원이 본격 감리에 나선 때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그때는 청와대 장하성, 조국 등 참여연대 출신이 권좌에 포진하고 올해 김기식 금감원장이 발령나기도 했었다. 참여연대 출신들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 등 장관도 많고 청와대, 박원순 서울시장등 도처에 포진해 있다. 참여연대로 촉발된 삼바회계를 둘러싼 소동에 금감원이 장단을 맞춰 비화됐다.

금감원 감리위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배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그렇게 해 결과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 왜 특별한 변화가 없는가. 국민연금이 삼성 계열사 합병 비율을 보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재평가한 게 특별한 사건 1이라면, 또한 엔브렐바이오시밀러 등 신약 개발 성공으로 회사 가치가 급변한 게 특별한 사건 2 아니겠는가. 이것을 부인하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이다.

증선위는 최종적으로 2012~2013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에 콜옵션을 부여한 것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고 임원들을 처벌하라 하고 당시 회계법인이었던 삼성KPMG를 혼내는 결정을 내렸다. 공시는 흔히 주가 변화를 가져올 만한 사안에 대해 하는 법이다. 당시 삼바는 비상장이었고 주주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전자 퀸타일즈 등 4사였다. 함께 합작한 식구들이었던 셈이다. 한 가족이 하는 행위도 그것이 법인이라면 다 공시하는가. 얼마나 궁했으면 이런 것을 들고나왔는지 처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연대 체면 살려 주기 용 아닐까 짐작이 된다.

정작 삼바소동으로 인한 피해는 투자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10조원가량 손해를 본 사람들이다. 금융당국과 이번에 연루된 힘 있는 기관들은 진정 이들에게 이성적인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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