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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월드컵 크레이지… 유니폼 입고 국무회의, 에펠탑도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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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프랑스·크로아티아, 일요일 밤 월드컵 마지막 승부

에펠탑이 문을 닫는다. 거리엔 10만명이 볼 수 있는 대형 TV 스크린이 설치되고, 수퍼마켓 맥주가 동났다. 정부 고관들은 자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의 주인공이 된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양국 국민은 국기를 벌써부터 온몸에 두르고 15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6시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기다리고 있다. 총 대신 공을 놓고 싸우는 지구상 유일한 '합법적인 전쟁'. 오직 월드컵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펠탑 문 닫고 거리 응원

프랑스 수도 파리는 결승 전날인 14일부터 에펠탑 출입을 폐쇄한다. 하루 3만명씩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대규모 거리 응원의 안전을 위해 폐쇄를 결정했다. 에펠탑 바로 앞 샹드마르스공원에는 초대형 야외 스크린이 설치돼 10만명이 참여하는 응원전이 열린다. 파리 경찰 당국은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 1만2000명을 공원 주변에 배치하고, 철저한 보안 수색을 거친 사람만 공원 안으로 입장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설치한다. 니스·마르세유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도 일제히 거리 응원전이 펼쳐진다.

조선일보

이 기분 다시 한번 - 프랑스의 월드컵 결승 진출이 확정된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개선문 앞에서 팬들이 기뻐하고 있다. 이튿날인 11일 크로아티아가 결승에 오르자 수도 자그레브에서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결승전이 끝나면 두 도시 중 하나는 환희, 또 다른 하나는 비탄의 바다에 잠길 수밖에 없다. /로이터 연합뉴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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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4일은 프랑스 공휴일인 '혁명기념일'이어서 팬들은 월드컵 우승을 미리 자축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밤에는 파리 하늘을 불꽃놀이가 수놓는다. 거리 곳곳에선 교향악단의 미니 콘서트가 열린다. 경찰은 프랑스가 우승하면 샹젤리제 거리에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시민들의 밤샘 축제를 허용할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프랑스의 열혈 응원단이다. 그는 벨기에와의 4강전에 이어 결승도 모스크바에서 직접 관전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월드컵 직전 프랑스 대표팀 훈련장을 찾아가 "온 국민이 여러분을 엄청나게 신뢰한다는 것을 명심해달라. 축구로 '프랑스다움'을 세계에 보여달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월드컵 유니폼 입고 국무회의

크로아티아는 인구 416만명 소국(小國)이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프랑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대표팀의 애칭인 '불 덩어리(Vatreni)'처럼 모두가 뜨겁게 뭉친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는 4강전 이튿날 장관들과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이미 8강전부터 러시아 현지에서 직접 응원하고 있다. 그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에게 크로아티아 유니폼을 선물하는 '월드컵 외교'를 했다.

하늘과 땅도 인산인해다. 자국 대표팀의 사상 첫 월드컵 결승 무대를 현장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몰려들자 모스크바행(行) 비행기 티켓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도 자그레브에서 모스크바행 편도 티켓은 1700달러(약 190만원)가 넘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구한다. 기차표도 이미 동이 나 일부는 차를 타고 육로로 러시아 원정 행렬을 떠난다. 자그레브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육로로 무려 2300㎞ 떨어져 있다. 이틀을 밤새워 운전해야 겨우 도달할 거리이지만, 크로아티아 팬들은 '운전조'를 짜서 달려가기로 했다.

덩달아 결승전 암표 가격도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공식 판매한 결승전 티켓은 최대 1100달러(약 125만원)인데, 암표 시장에선 2500달러~6만달러를 호가한다. 팬들은 몇 년치 연봉을 쏟아붓더라도 '역사의 현장'을 보길 원한다. 이번 대표팀 중앙 수비수인 베드란 초를루카(32)의 가족은 "표를 구해줄 수 없냐는 지인들의 전화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크로아티아는 소방·경찰 등 필수 공공기관만 제외하고 일요일에도 영업했던 수퍼마켓·약국 등 가게들은 일찍 문 닫고 결승전을 실시간으로 보도록 했다. 20년 넘게 치유되지 않은 전쟁의 상처, 30%를 웃도는 청년 실업률, 난민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던 크로아티아가 월드컵 우승컵 앞에서는 하나가 된 듯하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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