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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참패 한달이 돼도… 한국당 '막장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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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도 여론조사 경선으로 뽑자"… 의원들 "황당"

자유한국당 내홍(內訌)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비상대책위원장조차 뽑지 못하고 있다. 계파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공개적으로 상대 '약점'을 들추고 당을 추스를 비대위원장을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으로 뽑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갈등의 골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극에 달했다. 의총 직전 심재철 의원 등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선출될 당시 중간 평가를 받겠다고 했던 입장문을 의원들에게 배포하면서 김 원내대표의 재신임 투표와 일선 후퇴를 주장했다.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 원내대표는 심 의원에게 "과거 본회의장에서 여성 누드 사진을 보는 모습이 노출됐을 때 막아주지 않았느냐. 어떻게 내게 그럴 수 있느냐" "당의 혜택을 받아 국회 부의장 하고 특별활동비를 받았으면서도 의원들에게 밥 한번 사지 않았다"며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반말이 오가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상황도 있었다. 결국 비대위원장 선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의총은 5시간 만에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심 의원은 늦은 밤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누드 사진으로 출당 요구도 없었고 최고위원을 계속했다"며 "김 원내대표 발언은 허위"라고 했다. 이를 두고 한국당 의원조차도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초등학생도 이렇게는 안 싸우겠다"며 혀를 찼다.

이들의 갈등은 13일에도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회의에서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과거 호가호위한 세력의 기고만장한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한국당의 쇄신과 변화를 흔드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친박계를 겨냥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엔 친박과 비박만 존재할 뿐"이라며 "없는 '잔류파'를 만들어서 친박의 흔적을 애써 지우려고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일각에서 친박을 '한국당 잔류파'로, 비박을 '복당파'로 표현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친박 일부 의원을 해당(害黨) 행위로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친박계 의원 7명은 성명서를 통해 "원내대표의 안하무인격 독선과 오만 가득한 행태가 점입가경"이라며 또다시 김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바로 어제 의총에서 김 원내대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끝을 보여줬고, 그의 돌출 행동에 의총장은 일순간 혼수상태가 돼버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은 "14~15일 국민 50% 당원 50% 여론조사를 통해 비대위원장 최종 후보 1인을 압축, 16일 의총에서 보고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하면 정당성과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준비위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병준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박찬종 변호사,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 초선인 전희경·김성원 의원 등 5명을 압축했다. 당초 준비위는 의총에서 의견을 모아 이들 중 1명을 선출, 17일 전국위에서 추인받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전례 없는 여론조사 경선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그 때문인지 후보 중 한 명인 박찬종 변호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 위원장을 맡으라고 안 하면 한국당은 폭망한 데서 완전히 망해버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갈등은 16일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의 거취 등을 놓고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당 일부 중진은 비대위 체제 이후 차기 당권을 놓고 "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차기 당대표가 되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된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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