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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삼성 20조 풀면 200만명에 1000만원 더 준다"는 홍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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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원내대표 발언… 따져보니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13일 삼성 관련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집권당 원내대표가 이례적으로 대기업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에는 무슨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가계소득은 줄고 기업소득만 늘어?

홍 원내대표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가계소득은 8.7% 감소했지만 기업소득은 8.4% 증가했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가계소득은 줄고 기업소득만 늘었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가계소득은 연평균 9.6%, 기업소득은 23.3% 증가했다.

따라서 홍 원내대표가 거론한 숫자는 국민총소득(GNI)에서 각 경제주체가 차지하는 비중 변화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총소득 중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 66.4%에서 2016년 56.3%로 감소한 반면, 기업의 비중은 12.5%에서 20.8%로 증가했다. 기업의 소득이 가계보다 더 빨리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것을 "삼성 같은 대기업이 가계를 착취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가계소득 증가 속도가 기업에 비해 더딘 것은 자영업 부진, 노동 생산성 정체, 가계 부채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가계보다 세금 덜 낸다?

"한국 기업의 조세 부담은 오히려 가계에 비해 낮다"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불확실하다. 다만 민주당은 법인세 증가율이 소득세 증가율보다 낮다는 이유로 법인세 인상을 강행했다.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법인세수는 연평균 3.4%, 소득세수는 12.8% 증가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2.8%로 OECD 평균 9%(추정)보다 높다. 반면 소득세 비중은 17.7%로 OECD 평균 26%(추정)에 못 미쳤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돈을 벌어서 국내에 세금을 많이 납부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국내외에서 낸 세금 총 15조1000억원 중 12조2310억원(약 81%)을 국내에서 납부했다. 반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올린 매출 239조6000억원 중 국내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즉 세계시장에서 번 돈으로 나라 곳간을 채운 셈이다.

협력업체 쥐어짜서 세계 1위?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됐다는 것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 회원사 중 지난해 12월 결산한 149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은 8.5%였다. 이 정도면 글로벌 제조업에서도 상위권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TV·스마트폰·반도체 3대 주력 분야에서 각각 소니와 노키아·인텔 등 20년 전에는 쳐다보지도 못하던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을 꺾었다"면서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세계 1등이 됐다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했다.

홍 원내대표 삼성 때리기, 왜?

당 관계자는 "애초 홍 원내대표에게 드린 원고에는 삼성 얘기는 없고 통계 얘기만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얘기를 하면서 대표적인 대기업이 삼성이니까 원내대표가 즉석에서 삼성을 예로 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노조 출신인 홍 원내대표가 최근 삼성이 노조 와해 시도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 등을 보면서 화가 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계획된 발언이란 분석도 있다. 경제 여건 악화 속에 삼성 등 대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당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 발언도 정책 기조를 '친기업'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지지층 내부의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홍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지지층 반발을 무릅쓰고 대기업에 규제 완화를 해주는 만큼 기업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는 주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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