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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편집자 레터] 조선의 언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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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한수 Books팀장


"젊은 층의 전면적인 불신임을 받아야 할 것은 정치계에만 한한 일이 아니라 문학계도 마찬가지이고…."

요즘 이야기일까요? 글이 쓰인 때는 무려 58년 전인 1960년 8월. 김수영〈아래 사진〉이 쓴 산문 '독자의 불신임'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김수영 전집 2'(민음사)에 실려 있습니다. '전집'을 보니 반세기 전 글인데 마치 요즘 얘기처럼 보이는 내용이 많이 있네요.

김수영의 시보다 산문을 더 좋아합니다. 시인의 까칠한 성격에 사회 비판이 더해지면서 뿜어내는 '결기'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일기에도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1960년 10월 18일 날짜에 적었습니다. '한국의 언론 자유? Goddamn(갓댐)이다!'

시인은 "(시 '김일성 만세'를) '잠꼬대'라고 제목을 고친 것만 해도 타협인데 (중략) 더 이상 타협하기 싫다"면서 이렇게 씁니다. 시의 본문 중 '김일성 만세'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라는 문학잡지의 추가 요구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조선일보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김수영이 북한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이런 시를 썼을까?

'이승만 만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조선/ 정치의 자유라고 김정은이란/ 위원장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시인은 1968년 6월 15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올해가 50주기입니다. 계간 '푸른사상'이 최신 여름호에서 '김수영 50년' 특집을 꾸몄더군요. 시인의 아내 김현경 여사 인터뷰와 시 세계를 분석하는 글 등이 실렸습니다.

주말에 서울 방학동에 있는 김수영 문학관에 들러보려 합니다. 여름휴가에는 '김수영 전집'을 읽으면서 북녘 땅의 현실과 빗대보려 합니다. 김수영 같은 시인이 과연 북에도 있을는지요.



[이한수 Books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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