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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Why] 놀라운 록그룹 U2, 멤버 충돌없이 반백년 공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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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조선일보

지난달 25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공연 중인 록 밴드 U2. / 한대수 제공


"형, 나 U2 콘서트 VIP 티켓 2장 있어. 갈래?"

친구 제이슨에게 전화가 왔다. "말이라고 하니? 고맙다!" U2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는 밴드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록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밴드고,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히트곡을 발표하며 큰 충돌 없이 뭉쳐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핑크 플로이드도 40년 만에 깨졌고, 그 위대한 비틀스도 10년을 못 갔다. 존경을 아니 할 수 없다.

80년대를 주름잡은 '건즈 앤드 로지즈(Guns N' Roses)'의 원년 멤버들은 6년도 못 버텼다. 이유는? 록스타가 되려고 고생하고, 너무 가난해 피자 한 조각씩 먹으며 동고동락할 때는 잘 뭉친다. 하지만 갑자기 히트곡이 라디오로 나오기 시작하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밴드의 이름을 외치고, 마이너스 통장에 200만달러가 입금되면 멤버들은 엄청난 변화(metamorphosis)를 겪게 된다.

세계 시장이라는 미국에서 한번 히트하면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가 된다. 돈은 멤버들을 변화시킨다. 생활 방식이 달라지고, 예쁜 여자들이 유혹하고…. 돈은 멤버들을 이기주의 세계로 이끈다. '타협'은 없다. 왜? 나 이제 백만장자 록스타인데, 무슨 타협? 결국 대부분 미국 밴드는 히트곡이 생기자마자 해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원 히트 원더(한 곡 히트하고 사라지는 현상)'라 부른다. 우리 가수 싸이를 두고 미국 평론가들이 이렇게 부르는데, 아니기를 바란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험난하고 변화무쌍한 록계에서 U2가 큰 충돌 없이 반백 년 동안 공연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음반 1억7000만 장을 판매했고, 2011년 '360도 투어'로 록 역사상 최고 수입인 8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백만달러를 투자한 무대는 거창했다. 밴드가 연주할 수 있는 무대 두 개가 양쪽 끝에 위치했고, 가운데에는 리드싱어 보노가 걸어 다니면서 노래할 수 있는 약 100m 길이의 활주로가 있었다. 조명은 예술 그 자체였다. 밴드가 등장하자 2만5000명의 팬이 아우성을 치며 4층짜리 공연장을 달구었다. 완전 월드컵 수준이었다.

58세의 보노는 목소리가 우렁찼다. 나는 항상 기타리스트 에지(The Edge)가 실력이 모자란다고 느껴왔다. 에릭 클랩턴같이 손재주가 비상하지도(dexterous) 않고 그냥 리듬만 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라이브로 보는 에지의 기타 연주는 위대했다. 그의 손놀림은 마술사 같았고, 기타 소리는 보노의 보컬을 기막히게 받쳐줬다. 드럼도 밑바닥을 든든하게 밀어주었다. 코러스도 키보드도 없이, 4명의 사운드만으로 공연장은 가득 찼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보노는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이자 에이즈 퇴치 활동가다. 공연 내내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인권에 대한 구호가 스크린에 자주 비쳤다. 이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구절은 이거였다. '아무도 평등하지 않다, 우리가 모두 평등할 때까지(no one is equal, until everyone is equal)."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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