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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주가반등 성공한 샤오미… 시장선 “큰변화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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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 상장 첫날 주가 6% 급락… 하루만에 공모가 추월 자존심 회복

R&D 투자 늘려온 화웨이와 달리 저가-짝퉁 전략에 투자자들 불신

美中 무역갈등-스마트폰시장 정체… 자체 기술력으론 인정받기 힘들듯

한국엔 프리미엄시장 공략 기회

홍콩거래소 상장 첫날 주가가 6% 급락하는 등 ‘굴욕 데뷔전’을 겪은 중국 샤오미가 하루 만에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이날 공모가(17홍콩달러·약 2418원)보다 높은 18.56홍콩달러까지 반등했다.

샤오미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에 이은 세계 4위 스마트폰 업체로, 올해 중국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공모가가 시장 예상에 못 미친 데다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망신을 당했다.

반등에는 성공했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게 이번 투자자 심리에서도 드러난 만큼 큰 변화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전평이 나온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0일 “샤오미가 상장 후 첫 거래에서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정체됐음을 보여 준다”며 “샤오미의 제품 포지션에 투자자들이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애플 아이폰의 ‘짝퉁폰’으로 이름을 알린 이래 잇달아 저가폰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생산을 2012년 719만 대에서 2014년 6112만 대로 9배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자국 점유율 1위로 올라선 데 힘입어 세계 4위 메이커로 발돋움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오포, 비보 등 중국의 새로운 중저가 브랜드의 등장과 함께 점유율 하락이 시작됐다. 역성장이 시작된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샤오미 점유율은 지난해 자국 내에서 6위까지 떨어졌다.

보콤 인터내셔널(BOCOM International·交銀國際) 리서치 부문 훙하오 대표는 “이제 스마트폰 시장은 업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지 않으면 좋은 가격을 평가받기 어려울 만큼 성숙 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이번 사태의 의미를 짚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IPO가 미중 무역 분쟁 가운데 이뤄진 만큼 시기적으로 매우 안 좋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샤오미는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중국 바깥 시장에서도 영업망을 강화해 온 화웨이에는 분명히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특허 문제만 교묘하게 피해가는 방법으로 ‘짝퉁폰’을 만드는 데에 주력해 온 샤오미의 전략을 투자자들이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통신장비 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해 온 화웨이는 R&D 투자를 2008년 16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38억 달러로 9배 가까이로 늘렸다. 화웨이는 매출의 15%가량을 R&D에 투자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계와 기술의 발전을 추진한다는 큰 그림을 이어가고 있다.

샤오미의 사업구조가 여전히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샤오미가 사물인터넷(IoT)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매출의 70%는 스마트폰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홍콩 킹스턴 파이낸셜의 디키 웡 전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샤오미는 인터넷 회사가 아닌 단순 하드웨어 회사라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이미 하드웨어 시장이 포화한 상태에서 샤오미의 기술력만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긴 어렵다는 의미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북미 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이 여전히 대표적인 프리미엄 시장인 만큼 한국 전자업체들이 폴더블폰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 높일 기회”라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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