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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라이프 트렌드] 낯선 어촌에서 성공하는 법? ‘귀어닥터’에게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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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귀촌종합센터

지난해 귀농·귀어·귀촌 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가 최근 공동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어·귀촌인은 51만817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구원을 포함한 귀농 인구는 1만9630명으로 전년(2만559명)보다 감소했다. 반면 가구원을 포함한 귀어인은 1359명으로 전년(1338명)보다 소폭 늘었다. 귀어 인구가 증가하면서 귀어귀촌종합센터는 귀어·귀촌을 희망하거나 초기 정착 단계인 귀어인을 돕기 위해 ‘귀어닥터’를 운영한다. 낯선 귀어·귀촌 현장에서 일대일 맞춤 지원 활동이 펼쳐진다.

중앙일보

손율성씨가 운영하는 전남 완도군의 새우 양식장에서 왕세호 귀어닥터(왼쪽)가 현장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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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땅을 구하면 시작할 수 있지만 귀어는 개념이 다르다. 바다라는 공유재를 어떻게 이용할 지가 관건이다. 농업과 달리 수산업은 형태나 제도가 다르다. 또 양식업 같은 경우엔 기술력과 투자금이 필요하다. 귀어·귀촌인이나 귀어·귀촌 희망자를 위해 해양수산 관련 전문 컨설팅 활동을 하는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귀어닥터는 학식과 현장 대응 능력을 갖춘 수산 분야 전문가다. 신기술이나 현대화된 양식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양식 기술이 탁월한 현장 사업 전문가로 구성된다.

각종 자금·교육 지원 정보 제공


전남 완도군에서 현장 컨설팅을 진행하는 왕세호 귀어닥터는 30여 년간 해양수산 분야 행정가로 근무한 경력과 전공을 살린 케이스다. 그는 귀어인 관련 정부 정책, 완도 수산업 정보뿐 아니라 해역·어장별 환경 등 다양한 지식을 갖췄다. 왕세호 귀어닥터는 “귀어인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어업 기반이 없고 양식 관련 이해와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대부분 귀어인이 소득이 높다는 소문에 혹해 준비 없이 귀어했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정책을 불신하는 등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왕세호 귀어닥터는 현재 새우 양식을 하는 손율성씨를 자문해주고 있다. 손씨는 서울에서 유아서적 판매원으로 일하다 2013년 귀어해 전남 완도군 고금면 충무리에서 새우 양식업을 운영한다. 서울에서는 수입이 많지 않아 미래가 항상 불안했다. 고향에서 바다 일로 고생하는 부모님 일손을 돕고 자신만의 사업도 가져보겠다는 생각으로 귀어를 결심했다. 막상 귀어를 했지만 앞이 막막했다. 손씨는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시작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귀어닥터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냈다”며 “처음엔 부모님이 하는 매생이 양식사업을 거들었지만 사업 규모가 작고 겨울에만 양식이 가능해 귀어닥터의 조언을 듣고 새우 양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씨는 귀어닥터를 만난 것이 지금까지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귀어닥터를 통해 각종 정부 지원과 지역 내 교육 정보 등을 접하게 됐다. 사업과 연계된 교육기관을 소개받아 자비로 서해수산연구소에서 연수를 마쳤다. 관련 종사자와 교류하기 위해 벤처대학도 졸업했다.

처음엔 거리를 두던 귀어인도 왕세호 귀어닥터가 전화로 꾸준히 안부를 물으면 곁을 내준다. 여름철 고수온·적조·태풍 같은 자연재해 예방을 설명하고 귀어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안내했다. 그의 끈기 덕분에 귀어인과 신뢰를 쌓고 원활하게 소통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누구나 무료 컨설팅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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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호 귀어닥터와 최충현씨(왼쪽)가 해조류 종묘 배양장을 둘러보는 모습.


해조류 종묘 배양 사업을 하는 귀어인 최충현씨는 2015년 직장생활을 접고 어촌살이를 시작했다. 먼저 귀어한 친구로부터 “바다 사업은 잘만 하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귀어를 서둘렀다. 처음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부모님 일을 도왔는데 이마저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 지난해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 왕세호 귀어닥터를 만나 해조류 종묘 생산 양식 기술을 지원받았다. 최씨는 “귀어닥터로부터 해조류 종묘 생산 양식 기술 지원과 정부 자금 지원 방법 및 절차, 교육 지원, 연구기관 소개 등을 시의적절하게 상담받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귀어닥터와 귀어인 모두가 바라는 것은 ‘귀어인의 사업 성공’이다. 도시에서 어촌으로 돌아오는 귀어인이 늘어나 젊고 활기 넘치는 어촌이 되기를 꿈꾼다. 왕세호 귀어닥터는 “귀어인이 최선을 다해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이제는 귀어인이 수시로 먼저 양식 절기에 따라 기술 지원을 요청하고 행정기관이나 관련 기관을 방문하기 전 상담을 먼저 요청해 일의 순서를 묻는 등 관계가 잘 유지돼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귀어닥터 컨설팅은 귀어귀촌종합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활동 중인 72명의 귀어닥터 중 조언을 받고 싶은 귀어닥터를 선택하면 귀어귀촌종합센터에서 직접 일대일 매칭을 진행한다. 초기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귀어·귀촌인 또는 귀어·귀촌 희망인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1인당 최대 연 10회까지 무료로 직접 전문가를 만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귀어 희망인을 위한 귀어닥터의 조언
▶귀어 지역은 가급적 연고가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연고가 없는 지역일 경우 사업 장소 확보 여부, 업종 선택 등을 충분히 검토한다.

▶사업 계획이 세워지면 정부·지자체 지원, 대출 등을 따져본 뒤 사업비를 마련한다.

▶대부분의 사업 신청이 연초에 이뤄지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귀어닥터 컨설팅을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시행착오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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