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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 고용보험기금도 건보처럼 몇 년 내 구멍 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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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상황 악화로 올해 상반기 실업급여 지급액이 3조152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반기까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사상 처음 6조원을 돌파한다. 지난 4~6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동기(同期)보다 30%가량 증가할 정도로 최근 가파른 상승세다. 게다가 정부는 비(非)자발적 실업자에게만 주던 실업급여를 앞으로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직장인에게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3조원이 추가로 소요돼 연간 실업급여가 9조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실업급여는 사업자와 근로자가 돈을 모아 만든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된다. 지난해 말 기준 10조원 정도 남아 있다. 노사(勞使)가 어렵게 모아 늘려온 돈인데 정부 선심용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으로 기업에 보전해 주는 4700억원도 고용보험기금에서 빼서 준다고 한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외에 고용 안정과 직업능력 개발에 필요한 경비, 육아휴직 지원, 출산휴가 급여 등에도 쓰인다. 그런데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손대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곳엔 쓰지 못하고 있다. 기금은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적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직장인들이 내는 고용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고용보험기금도 건강보험기금처럼 정부 선심에 이은 기금 고갈과 보험료 대폭 인상이라는 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크다. 선심은 정부가 쓰고 부담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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