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리커창 "볼펜촉도 못만드나" 질책에서… '中 제조 2025' 시작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첨단산업 핵심부품 자급 프로젝트

조선일보

中 철강社 1년만에 볼펜촉 국산화 - 중국 타이위안 철강은 2016년 중국 최초로 볼펜심용 2.3㎜ 두께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을 개발했다. 이후 작년 초이 소재로 만든 100% 중국산 볼펜심이 공개됐다. /신화통신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 수시간 만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 부가 예외 기준을 발표했다. 그중 하나가 해당 제품이 '중국제조2025'(이하 제조2025)와 무관한지 여부였다. 지난 3월 조사 보고서에서 '제조2025'를 무려 116차례나 언급하며 비판했던 USTR이 이번 무역 전쟁의 타깃이 '제조2025'임을 또 한 번 분명히 한 것이다. '제조2025'는 어쩌다 미·중 무역 전쟁의 원흉이 된 것일까.

'제조2025'는 2015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리커창 총리가 업무보고 때 처음 언급하고 그해 5월 중국 정부가 공식 선포한 제조업 업그레이드 청사진이다. '제조 대국' 중국을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까지 핵심 소재·부품 70%를 자급자족하고 2035년엔 독일·일본을 제친 뒤 2049년 미국까지 추월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를 위해 반도체·IT, 로봇, 항공우주, 첨단철도, 친환경차 등 10대 전략 육성 산업을 선정했다.

그런 야심 뒤에는 '중국 제조업은 크지만 강하지 못하다(大而不强)'는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작용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리커창 총리의 '볼펜심 한탄' 사건이다. 리 총리는 2015년 12월 전문가 좌담회에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고 우주선도 발사하는 중국이 아직 볼펜심조차 못 만든다"고 개탄했다. 중국은 3000개 볼펜 메이커가 매년 400억개의 볼펜을 생산해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공급하지만 핵심 기술인 볼펜심의 90%를 일본·독일 등에서 수입했다.

총리의 질책 이후 중국 철강업계는 총력체제로 볼펜심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스테인리스강 메이커 타이위안 철강이 2016년 볼펜심용 2.3㎜ 두께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을 개발했다. 볼펜 메이커 베이파그룹은 작년 초 이 소재로 만든 100% 중국산 볼펜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제조2025'를 밀어붙였고, 첨단 분야 미국 기업 인수에 혈안이 됐다. 그 결과 중국 자본에 의한 강제 기술 이전, 인력 빼돌리기, 기술 절취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급격히 고조된 것이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