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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외과의사 찾아가 '黨수술' 맡기려 한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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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에 비대위원장 제안… 李 "역량 안되고 내공 부족" 거절

조선일보

이국종 교수


자유한국당은 최근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에게 혁신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 심각한 '구인난'에 빠져있는 한국당이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현직 의사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냈다가 퇴짜를 맞은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이 교수를 만나 위원장직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저는 역량이 되지 않고 내공도 부족하다"며 "김 권한대행처럼 월등히 뛰어난 분들이 그냥 맡아서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은 이 교수에게 "정치권과 거리가 먼 사람이 일반 국민의 시각과 의료계에서 쌓은 추진력으로 (비대위원장을) 해주면 좋지 않겠냐"며 거듭 설득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김황식·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했다. 그러나 김 전 부총리를 제외하곤 대부분 거절 의사를 밝히자 여권 정치인이나 비정치권 유명 인사들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유시민 작가,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이 차례로 거명되면서 '희화화 논란'이 일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한국당의 이국종 교수 접촉과 관련, "정치 경험이 전무한 외과 의사에게 치료를 해달라는 모습은 보수를 철저히 괴멸시키겠다는 자해 행위"라며 "가뜩이나 바쁜 유명 인사들을 더는 괴롭히지 말고 하루빨리 당을 해산하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김 권한대행이 뭐 하러 이 교수를 만나 당 망신을 자초하느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비대위 준비위 관계자는 "김 권한대행과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 간 손발이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부터 안상수 위원장 1인으로 접촉 창구를 단일화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이 지난 3일부터 진행해 8일 마감한 비대위원장 국민 공모엔 100명이 넘는 인사가 추천됐다. 안 위원장은 "자천타천으로 나선 의미 있는 후보들이 상당히 많다"며 "당초 후보군을 5~6명으로 좁힐 예정이었으나 최대 10여 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17일 전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하겠다"며 "후보군은 따로 밝히지 않고 한 사람만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 인준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안 위원장은 "젊은 보수 인사들 중 극소수지만 비대위원장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대책 없이 '바보들의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40~50대 보수·중도 인사를 중심으로 이미 1차 접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진보 인사 영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당내 원로·중진급에선 60대 이상 경륜 있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다만 비대위가 당 지도부 예측대로 17일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대위원장 후보가 100명이 넘는 데다, 공개적으로 수락 의사를 밝힌 인사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대위원장 인선이 계속 늦어지면 '언제까지 당이 웃음거리가 돼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최종 후보 1인이 나타난다 해도 의원총회와 전국위에서 추인을 받아야 할 텐데 여기서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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