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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 비핵화 협상 美는 `진전` 北은 `유감`…가시적 성과로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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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평양에서 북한과 협상을 마치고 한 설명을 보면 북한 비핵화 시간표 마련까지 아직 할 일이 많이 있다는 대목만 귀에 남는다. 폼페이오는 이틀간 9시간에 걸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강도 높은 협상을 벌였지만 지난 1· 2차 방북 때와 달리 이번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면담하지 않았다. 다만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회담을 열고, 북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을 논의할 실무급 회담도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두 사안 모두 6·12 미·북정상회담에서 정상 간에 합의한 것인데 아직도 세부 논의에서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모습이어서 미덥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후 진전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와 미·러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챙겨야 하는 그로서는 이번 방북 후 추가 협상을 실무진에 넘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 태도에 유감을 표명하고 나왔다.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며 자신들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했다는 표현까지 썼다. 양측에서 이렇게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미국 언론은 방북 성과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6·12 미·북정상회담 직후에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 작성과 후속 조치 이행이 빠른 속도를 내며 진행될 듯한 분위기였지만 역시 길어지고 어려울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미·북 간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은 나쁜 신호일 뿐 아니라 우려할 만한 조짐이라는 해석에 우리도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번 폼페이오 방북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하는 데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핵심 쟁점을 놓고서는 난항을 겪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미·북정상회담 후속 조치의 방향은 이론의 여지없이 정해져 있다.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기 위한 로드맵을 확정한 뒤 실질 조치가 이행되는 가시적 성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밝혔듯이 북한의 최종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대북 제재의 고삐를 조금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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