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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이래저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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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4보(186~200)=탕웨이싱 9단의 처절한 몸부림은 계속됐다. 보는 이도 괴로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191로 나와서 193으로 끊었는데, 이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보려는 간절한 수다. 돌들이 조금이라도 더 부딪혀야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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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참고도'처럼 흑1로 나가 흑5, 7로 머리를 내밀면 좌변 흑이 쉽게 살아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백2, 4로 흑 두 점을 잃고, 백8로 또 다른 흑 한 점이 제압당해서 손실이 너무 크다. 결국 흑이 집 부족으로 패배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후 진행된 수순에서도 탕웨이싱 9단의 흔들기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구쯔하오 9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탕웨이싱 9단의 모든 수를 강경하게 받아쳤다. 바둑에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승자는 이미 결정 난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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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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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탕웨이싱 9단이 돌을 쉽게 던지지 못하는 건, 이 바둑의 패배를 받아들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일 거다. 1국에서 승리로 좋은 출발을 보였고, 2ㆍ3국에서도 초반에 우세를 잡았던 그다. 그런데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마지막에 와서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실수를 저질렀다. 누군가의 이처럼 허망한 실수로 인해 역사는 만들어진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탄생할 순간이 머지않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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