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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들 유럽 관문 독일 프랑스 이탈리도도 이젠… “막고 보자” 강경론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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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멕시코 국경장벽 등 反난민 기조

한국일보

27일 스페인 남부도시 바바테의 스포츠센터 바닥에서 지중해를 건너온 북아프리카 지역 난민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아기는 간이 요람에 엎드린 채 깊은 잠에 들었다. 고무보트로 바다를 건너던 난민들은 지브롤터 해협에서 구조됐다. 바바테=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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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수년째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처음에는 인도적 차원에서 일단 수용해야 한다는 선의(善意)가 앞섰으나, 내부적으로 반발이 커지자 오히려 이제는 무조건 막고 보자는 강경론이 대세다. 극단적 정책들만 쏟아지면서 난민 문제의 근본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중동 아프리카 난민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유럽 국가들이 최근 반(反)난민 기조로 돌아선 게 대표적이다. 2015년 EU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피해 몰려드는 대규모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적정 인원을 분담 수용하는 난민 할당제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난민 수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 일자리 감소, 각종 범죄 증가로 인한 치안 불안 등의 사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적어도 우리 땅에는 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유럽 전역에 반난민을 내건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포퓰리즘 정권들이 등장하는 토양이 됐다.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일찌감치 국경 문을 걸어 닫았고, 지중해 관문 국가인 이탈리아는 난민선 입항까지 거부하며 철벽 방어에 나섰다. ‘난민의 어머니’를 자처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연립정부 파트너까지 난민 문제에 각을 세우기 시작하자, “무조건 개방하겠다”던 기조에서 한발 물러났다. 프랑스 역시 할당된 난민 수용 인원을 채우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폭탄 돌리기로 난민 문제를 떠넘기면서 EU의 분열은 갈수록 심화됐다.

29일(현지시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가까스로 유럽 공동 난민 수용센터 건립 등 대책을 내놓으며 급한 불은 껐지만 실효성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이와 함께 EU 정상들은 국경을 좀 더 강화하고, 터키와 모로코, 북아프리카 국가의 난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이들 국가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3년 전과 비교해 난민 수용보다는, 엄격한 제한에 방점이 찍혀 있는 대책 일색이다.

미국 역시 정권이 교체되며 난민 해결사에서 반난민 전파자로 롤러코스터를 탄 경우다.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세계가 난민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난민 유엔 정상회의를 주도적으로 개최했다. 또 시리아 난민 1만명을 수용하겠다고 외쳤지만, 테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반발 여론에 부딪혀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반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입국 난민 상한 쿼터를 역대 최저인 4만5,000명으로 줄이고, 이슬람 국가 6개국 국민 입국을 금지시키는 등 반난민 정책을 밀어붙였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등 불법 이민자에 대해서도 적대적이다. 트위터와 각종 연설에서 별다른 근거도 없이 난민과 이민자들을 침입자 내지는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등 전 세계에 난민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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