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이지혜 디자이너 기자 |
성추행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징징 대지 말라" 등 막말 의혹을 받았던 여성 검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26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중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며 J 전 서울서부지검 부부장 검사(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 대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서울서부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향후 유사한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J 부장검사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사건 피해자 조사 관련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J 부장검사는 2016년 11월 서울서부지검 근무 당시 성폭행 피해자를 면담·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 어릴 때는 (강제추행 등을) 많이 당했다", "뭐 그렇게 (술에) 취할 정도로 마셨나", "징징 대지 말라" 등의 발언을 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피해자가 J 부장검사로부터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피해자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게 할 소지가 높은 발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J 부장검사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에 따른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뭐 그렇게 술을 취할 정도로 마셨나' 등의 질문은 피해자 입장에서 (검사가) 자신을 의심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피해자가 수사기관를 신뢰하거나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는 당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다. 해당 진단서도 검찰에 제출한 상태였다.
J 부장검사는 '우리 어릴 때는 (강제추행 등을) 많이 당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기소가 어렵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신고하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피해자가 신고를 잘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인권위에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일반적으로 성폭력 피해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와 공감을 형성하거나 위로해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하기에 앞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사건처리 결과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징징대지 말라'는 표현 역시 J 부장검사는 자녀를 둔 엄마로서 울지 말고 적극 대처하라는 의도였다고 항변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그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J 부장검사는 인권위 권고를 받은 이후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J 부장검사는 인권위 결정과 관련, "전반적으로 피해자의 주장은 허위·과장된 것이 많다"며 "당시 피해자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면담까지 하며 격려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말했는데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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