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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한겨레 사설] ‘공시가격 현실화’ 빠진 보유세 개편안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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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내놓은 보유세 개편안은 기대보다 미흡한 수준이다. 과세표준 산정의 밑받침인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춰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기획재정부가 최종 정부안을 정하는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특위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으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과표 산정 때 시세의 70% 안팎인 공시가격 외에 추가로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현행 80%)을 10%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거나, 종부세 세율(현행 주택 0.5~2.0%, 종합합산 토지 0.75~2.0%, 별도 합산토지 0.5~0.7%)을 높이는(주택 0.05~0.5%포인트, 토지 0.25~1.0%포인트씩 차등) 것을 이리저리 조합한 내용이다.

세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모두 높이는 쪽으로 최종안을 정한다고 할 경우 진일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대로 결정되면 이명박 정부 들어 풀린 종부세 체계를 얼추 참여정부 시절 수준으로 되돌리는 셈이다. 참여정부 때 주택 종부세 세율은 1.0~3.0%였다.

개편안 중 세율 조정은 정부의 최종안에 담더라도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는 것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증세 효과가 적다.

공시가격을 높이는 방안은 보류됐다. 이를 올릴 경우 종부세 대상이 아닌 주택·토지의 재산세, 취득세, 상속세, 건강보험료 등도 함께 올라 다수 납세자의 저항을 부를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금을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올해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인상했다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낮은 보유세 부담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뿐 아니라 조세 형평성을 해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 총액이 2006년 6108조원에서 2016년 1경713조원으로 75% 증가하는 동안 종합부동산세 세수는 1조7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11% 줄어든 게 단적인 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보유세(재산세, 종부세) 부담률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낮다. 조세재정연구원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부동산 시가총액 대비 보유세)은 0.16%로,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 평균인 0.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유세 인상 여지가 있다.

부동산 시장이 하향 안정세라는 점이 증세 반대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세제는 경기 변동보다 조세 형평의 원칙에 따라 정비하는 게 마땅하다. 정부가 7월말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때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담기 바란다. ‘땀’을 흘려 거둔 노동소득보다 ‘땅’에서 비롯되는 불로소득을 우대하는 세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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