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안을 논의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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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친박 망령이 다시 되살아난 것 같다.”(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친박에게 뒤집어 씌운다.”(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박근혜 이름 팔아 정치한 사람이 많다. 스스로 판단해 자리 넘겨줘야 한다.”(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당 내홍이 22일 다시 격하게 분출됐다. 전날 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김성태 대행의 사퇴 요구가 나왔지만, 김 대행은 “일부의 얘기로 저의 거취가 흔들릴 일은 없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김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6ㆍ13 선거 패배 후 우리 국민이 마지막으로 우리 당에 준 기회인데 강도 높은 쇄신과 변화만이 정답”이라며 “혁신비상대책위의 출범과 쇄신 논의는 소홀히한 채 당내 갈등과 분파적인 행위를 하는 부분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주 초까지는 혁신비대위 준비위를 출범시키는 등 ‘인적 청산’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반발 세력에 대해선 ‘친박 망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등 중앙위원회 위원장들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 무한책임론을 주장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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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을 친다’ ‘친박 핵심 모인다’ 등의 표현은 지난 19일 바른정당 출신의 복당파이자 비박계 의원들의 조찬 모임에서 나왔다. 이 모임에 참석한 박성중 의원이 스마트폰에 받아 적은 메모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한국당은 거센 내홍에 휩싸였다. 김 대행은 “박 의원이 또 다른 계파 갈등에 불을 지핀 부분에 대해 잘못이 있기 때문에 당 윤리위에 회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뿐 아니라 해당 발언자도 색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등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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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대표적 친박 출신 정종섭 의원은 ‘패거리 정치 청산’을 외쳤다. 정 의원은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보수 그라운드 제로’ 토론회에서 “10년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 이름 팔아 정치한 사람이 많다. 우리 당에 비박도 그렇고 다 박근혜 이름을 팔아 정치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저는) 친박ㆍ비박 다 적용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 뒤 “패거리 정치에 책임있는 모든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공천을 받아 당선돼 대표적 ‘진박’ 인사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25일 예정된 한국당 초ㆍ재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박계가 주축이 돼 김 대행 사퇴 촉구를 위한 연판장을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당 초선모임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통화에서 “박 의원 메모 건은 당 윤리위에 맡기고, 이제는 혁신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며 “연판장 얘기까지 나오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김 대행 사퇴에 동조하는 이들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차기 총선 불출마 계획을 밝힌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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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김 대행은 당 수석대변인에 재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갑)을 임명했다. 김 대행 체제에서 첫 인선이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공천을 받아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당 대변인으로 임명돼 책임감을 느낀다”며 “당의 개혁 방향이나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 당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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