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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대구 수돗물' 논란…정부 "발암물질 아냐" VS 시민들 "여전히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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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낙동강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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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에서 최근 환경부가 수돗물 수질감시 항목으로 지정한 '과불화화합물'이 다량 포함됐다는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수돗물’ 안전성 논란은 21일 TBC 대구방송이 대구상수도사업본부 '과불화화합물 대책'이란 내부 문건을 인용, "경북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신종 환경 호르몬과 발암 물질이 대구 수돗물에서 다량으로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확산했다.

정부는 22일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발암물질이 아니고, 이미 배출원을 찾아내 배출 차단 조치를 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내내 ‘대구 수돗물’이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수십 건의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환경부 “발암물질 아니다…선제적 차원에서 저감조치”
환경부는 이날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 확인된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의 검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주배출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구미하수처리구역 사업장 3곳에서 해당 물질을 흘려보낸 사실을 확인, 지난 12일 해당 사업장에서 원인 물질을 배출하지 않도록 조치 완료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아직 먹는 물 수질 기준 농도를 설정한 국가는 없으며 일부 국가만 권고 기준으로 관리하는 물질"이라며 "지난번 검출 수준은 외국 권고 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나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저감 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대 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이 상수원인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서울보다 5배가량 높게 나타나 논란이 됐다.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물질의 일종인 과불화화합물은 주로 표면보호제로 쓰인다. 카펫, 조리기구, 반도체 세정제 등에 사용된다. 논란이 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동물실험 결과 체중과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 응고 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과불화화합물 3종(PFOS, PFOA, PFHxS)을 수돗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신규 지정했다. 환경부는 당시 "과불화화합물은 우려 수준은 아니지만, 정수장에서 검출 증가 추세가 확인돼 선제 대응 차원에서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로 지정된 항목이 아니다"라며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지정된 항목은 과불화화합물 중 과불화옥탄산(PFOA) 한 항목이다. 해당 물질의 우리나라 검출 수준은 외국 권고 기준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낙동강 수계 대구 매곡·문산정수장에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리터당 0.006㎍ 수준으로 검출되다가 2017년부터 리터당 0.454㎍으로 증가했다. 다른 나라 수질기준과 비교하면 캐나다(리터당 0.6㎍)의 권고기준보다는 낮고, 호주(리터당 0.07㎍)보다는 높다.

과불화옥탄산의 권고 기준은 캐나다 0.6㎍/L, 독일 0.3㎍/L, 호주 0.56㎍/L 등인데 지난달 기준 대구 매곡정수장과 문산정수장의 과불화옥탄산 농도는 각각 0.004㎍/L, 0.003㎍/L이었다.

일부 시민들 “여전히 불안”….靑 홈페이지엔 국민청원 수십건
TBC 대구방송의 보도 이후 네이버에서는 ‘대구 수돗물’이 이날 내내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고, 각종 매체들의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환경부가 ‘발암물질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대구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생수를 수십병씩 대량으로 구입하는 시민들을 촬영한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구 수돗물 문제를 해결하라"는 청원이 50여 건 등록됐다.

처음 올라온 청원 글에는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으로 2만 86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안 되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인데, 이 지경이 되도록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제 아기에게 발암물질로 분유를 태워먹이고, 밥을 지어먹이고 (했는데) 생각만 해도 화가 치솟는다”며 “빠른 대안을 마련해주시고 대구시민이 알 수 있게, 전 국민이 알 수 있게 투명하게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외에 “대구시장과 수도사업소장에 대한 즉각적 처분을 청원한다”, “대구 상수도 요금을 환급해달라” 등의 청원도 있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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