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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매경춘추] 혁신 성공의 과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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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혁신은 마법처럼 매혹적이다. 지금도 4차 산업혁명의 열풍 가운데 혁신 성장이 경제정책과 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건 국가건 정체 상황에 봉착하면 혁신이라는 마법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일찍이 혁신경제학의 주창자인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래 기존 기술을 진부화시키는 '단절적 혁신'은 성장의 원동력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급진적으로 새로운 혁신은 고비용·고위험을 수반하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 대박 아니면 쪽박의 무모한 도전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지만 시장에서 수용되지 못해 실패한 혁신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창적 혁신의 성과가 과대평가받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학술연구에서 '혁신성공의 편향성'이 발생한다. 혁신 실패 사례는 도입 단계에서 일찍 사라져 기록이 없다. 기업과 연구소도 실패 사례의 외부 노출을 기피하여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다수 혁신 연구는 시장에서 살아남은 사례 중심으로 이루어져 혁신의 성공이 과대 반영되는 것이다.

그다음에 혁신의 성공 사례를 과장하여 전파하는 전문가와 컨설팅회사가 등장한다. 이들은 퀀텀점프 또는 블루오션과 같이 멋진 이름을 붙여 곳곳에서 혁신의 아름다움을 과대 포장하여 칭송한다.

그럼 여기에 현혹된 기업인과 경영자가 몰려든다. 마법사처럼 현란한 컨설턴트의 '자가 혁신법'에 매료되어 덜컹 과감한 혁신을 도입한다. '블루오션'이 인기 있던 시절에 모든 직원의 명함에 '블루오션'을 찍어 넣은 기업도 있었다.

혁신의 열기가 식고 거품이 꺼지면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러고 조금 있다 새로운 혁신 트렌드가 부상하면 다시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이다.

혁신 성과를 폄하하거나 혁신 노력을 소홀히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유행 좇듯이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새로운 혁신을 통해 발전하고 성장하려면 모든 것을 걸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어야 간신히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전 중진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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