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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맛과 식품의 과학] 소금이 몸에 나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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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소금(나트륨)이 몸에 나쁜가요?' 하는 질문은 '미네랄이 몸에 나쁜가요?' 하는 질문과 같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 가장 많이 필요한 미네랄이기 때문이다.

소금의 역할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우리 몸에 들어가면 각기 나트륨과 염소 이온으로 나뉘어 수많은 생리 대사 작용에 관여한다. 만약 그것이 없으면 우리 몸의 세포는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수많은 생리 대사 작용은 멈추게 되고, 뇌도 작동하지 못하고 심장도 뛰지 못한다. 소금은 항상 생존의 문제였다. 그래서 소금은 과거에 금과 같은 대접을 받았고, 화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 소금이 저렴해지고 흔해지자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이 소금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필요량의 5~10배까지도 먹는 것이다. 그래서 소금의 과도한 섭취는 심장병 환자의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유발한다고 보건당국이 경고하고 나트륨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소금이 단지 짠맛이었으면 그것을 줄이는 것은 너무나 쉬웠을 텐데, 온갖 음식의 가장 핵심적인 맛 성분이라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소금을 줄이면 맛의 중심이 사라져 맛과 향이 시들어버린다. 소금은 나쁜 맛은 감추고 좋은 맛은 더 좋게 하는 능력이 탁월해 소금을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동안의 노력이 큰 결실을 맺어 2005년 1인당 5260㎎까지 섭취했던 나트륨의 양은 계속 줄어들어 2017년에는 3700㎎으로 감소했다. 현재의 권장수치인 2000㎎에 비해서는 높지만, 과거의 권장 수치인 3500㎎에는 많이 근접한 것이다.

한편 나트륨이 너무 적어도 문제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이 심장병을 앓는 2만8880명을 7년간 관찰한 결과, 나트륨을 8000㎎ 이상(소금 20g) 배출한 그룹의 사망률이 16.6%로 7개 그룹 가운데 가장 높았는데 두 번째가 2000㎎(소금 5g) 미만인 그룹이었다. 4000~6000㎎인 그룹의 사망률은 10.9%로 가장 안전했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도 4000~6000㎎ 그룹이 가장 낮았다. 물론 고혈압 환자는 과도한 나트륨 섭취를 피해야 하지만 심장병 환자는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데 나트륨을 너무 적게 먹으면 혈액량이 줄고,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하루에 나트륨 섭취를 1380㎎으로 제한했더니, 고지혈증의 지표 중 하나인 혈중 지방단백질·염증 수치가 올라갔다는 연구도 있다.

소금은 맛의 요술사이자 건강의 요술사이다.

[최낙언 식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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