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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집세 구하랴…팍팍했던 로마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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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기 137년 로마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제국의 영역은 중동부터 이집트, 북아프리카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고 서쪽으로는 스페인, 북쪽으로는 영국까지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마인들의 실상은 제국의 영광에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집세를 구하고 일터에서 까다로운 사건과 맞닥뜨리고, 값싼 식료품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이 책은 로마제국의 14대 황제 하드리아누스 시절의 어떤 하루로 안내한다. 서로 다른 24명의 눈을 통해서. 모두 잠든 밤을 책임지는 순찰대원, 교통 정체를 헤쳐가는 수레꾼, 아침 식사를 책임지는 제빵사, 주인마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여종, 브리타니아로 출발한 황제의 전령…. 이야기는 자정부터 시작되는데, 당시 로마인들은 자정을 하루 24시간의 시작으로 여겼으나 밤의 경우 일몰, 즉 오후 7시가 기점이었다. 로마의 자정이 '밤의 여섯 번째 시간'이라고 불렸던 이유다.

당대 로마인들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비위생적인 생활을 짧게 누리다가 떠났다. 보건이나 치안은 허술했고 복지는 사실상 전무했다. 동시에 로마는 당대의 다른 어떤 곳보다 살기 좋은 곳이기도 했다.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위대한 도시 건물 사이로 산책할 수 있었던 것도 로마인만의 특권이었다. 저자는 로마를 실제로 보기 위해서는 기념비적 건축물이 아닌, 로마인들을 만나보라고 조언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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