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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반짝이는 천문학…1만원권 지폐에 담겨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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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만원권 지폐 하면 세종대왕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만원권은 천문학 역사서다. 뒷면을 뒤집어 보면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보현산천문대의 1.8m 망원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다.

이 만원권 지폐 속 망원경 도안 사진을 찍은 주인공이 바로 전영범 박사다. 전 박사는 해발 1124m 보현산 정상에 천문대가 건설되던 1992년부터 지금까지 보현산천문대에서 근무하며 25년간 천체를 관측하고 사진을 찍어왔다. 그는 보현산천문대 대장을 두 번 역임한 국내 천문학자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별을 본 연구자이기도 하다.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에서 그는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별들이 품고 있는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붉고 화려한 성운에 새겨진 별의 탄생, 아주 오래된 별의 집단인 구상성단 속 푸른 점, 청색낙오성에 담긴 별들의 진화기, 긴 꼬리를 빛내며 하늘에 덩그렇게 뜬 혜성이 지구에 닿기까지의 여정. 천체 사진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한 점 한 점의 빛에 담긴 의미를 알고 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모든 혜성 사진은 별들이 조금씩 퍼져 보이는데 이는 혜성과 별이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혜성을 추적하면 별이 흐르고, 별을 추적하면 혜성이 흐른다. 그래서 혜성 사진을 찍을 때면 관측자들은 망원경으로 별을 추적할 것인지 혜성을 추적할 것인지 늘 망설이게 된단다.

개기일식 사진은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개기일식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회 정도 발생하지만 관측 가능한 지역이 제한돼 있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1년 전부터 계획을 짜고, 한 달 넘게 준비해 촬영 현장에 적어도 일주일 전에 도착해야만 한다. 고생스럽지만 이렇게 해서 탄생한 사진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달이 태양을 가리는 마지막 순간에 나타는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은 환상적이다. 검은 달 위로 태양 일부분이 새하얗게 다이아몬드 원석처럼 빛난다. 이런 현상은 달의 산과 산 사이 깊은 골짜기로 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단다. 태양이 완전히 달 뒤로 자취를 감추기 직전 넘실거리는 붉은 홍염을 포착한 사진은 장엄하다.

모두들 어린 시절 끝없는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을 보며 '우주비행사' 혹은 '천문학자'를 한번쯤 꿈꿔 봤을 테다. 그 선망하던 직업의 고단하지만 반짝이는 삶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요즘은 디지털카메라가 발전해 일반인도 천체 사진을 마음만 먹으면 찍을 수 있다. 저자는 찍으려는 천체 사진의 종류에 따라 어떤 렌즈로 얼마간 노출한 뒤 어떤 조리개를 사용해 찍어야 할지를 세세하게 알려준다. 책에서 힌트를 얻어 나만의 밤하늘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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