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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발랄하게 잔잔하게 올 여름엔 소설로 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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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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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때 뭐하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휴가를 보내는 곳이 해변이든 집이든 간에 책 한 권은 준비해 보자. 올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잇달아 신작을 내놓고 있다. 시간 보낼 때 소설 읽기만큼 의미 있는 일도 드물다.

먼저 시간을 좀 많이 들여야 하는 장편소설을 찾아보자. 소설가 김탁환(50)이 역사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북스피어)'로 돌아왔다. 재기발랄한 이야기꾼 김탁환은 이 소설에서 광대 달문과 그를 둘러싼 조선의 세태를 그린다. 달문은 여러 사료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다.

연암 박지원이 쓴 소설 '광문자전' 주인공 광문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달문은 여러모로 매력적 인물이다. 외모는 못생겼지만 마음은 따뜻한 인물로 오로지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헌신한다. 굶주린 백성을 살리려고 조선 전역을 돌며 놀이판을 벌이고 번 돈은 모두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달문을 소개하며 김탁환은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 한없이 좋은 사람을 써야 한다면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겨울 뜨거운 촛불의 발걸음을 기억하는 독자에게 즐거움과 위로가 됐으면 싶다." 628쪽 분량으로 다소 길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하다. 영웅담 같으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들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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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지친 부부라면 소설가 구병모(42)의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을 손에 쥐어 보자.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19번째 소설이다. 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탄생한 컬렉션이니 믿고 읽을 만하다. 소설 내용은 재기발랄하다. 작품 배경은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공공임대주택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다. 자녀 1명 이상을 이미 낳아 생식 능력을 입증한 42세 이하 부부만 입주할 수 있다. 미혼 입장에서는 뭔가 기분이 나쁘다. 심지어 임신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외벌이 부부는 가점까지 준다니. '가임기 여성 출산 지도'를 들었을 때 느낀 허탈감이 몰려온다. 이런 불편한 감정이 '네 이웃의 식탁'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구병모 자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여러모로 경험담이 작품에 담겼을 것.

다소 짧은 호흡으로 많은 세계를 탐독하고 싶다면 소설집을 골라 보자. 올여름에는 대가들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대거 독자를 찾아온다. 먼저 소설가 김인숙(55)이 단편소설 8편을 모아서 내놓은 소설집 '단 하루의 영원한 밤(문학동네)'이 눈길을 끈다. 불안한 현실을 마주하는 젊은이의 방황과 자유에 대한 희구를 그렸던 김인숙은 최근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을 쓰고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페미니즘 로드무비의 통쾌함과 뜻밖의 스릴러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최근 김인숙 소설의 특별한 변화"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인숙 작품의 새로운 경향은 '델마와 루이스'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아흔이 가까운 자매 델마와 루이스가 가출한 뒤 바다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매가 중년의 식당 여자와 딸을 만나 이루는 여성의 연대는 유쾌하다.

소설가 조경란(49)은 소설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문학과지성사)'를 내놨다. 조경란의 일곱 번째 소설집으로 모두 8편을 수록했다. 세심한 문장으로 울리는 잔잔한 감동을 얻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수록 작품 가운데 다수는 인간 관계에서 시작하는 작은 변화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풀어낸다. 또 조경란이 그동안 다룬 가족 형태에 대한 문제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탐구 의식은 여전하다. 표제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는 서른일곱 살 양자와 아버지, 그리고 가사도우미 경아가 찾아오며 가족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조경란은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소설집 제목을 '모르는 사람들끼리'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을 만큼 모르는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내용을 다룬 단편이 모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은 독자는 소설가 이승우(59)의 소설집 '만든 눈물 참은 눈물(마음산책)'을 들어 보자. 전체 분량 또한 200쪽에 불과하지만 소설집에 실린 소설 또한 몇 쪽 읽으면 끝이 날만큼 호흡이 빠르다. 모순을 안고 사는 인간 문제와 조건은 짧은 소설 속에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메모 그대로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짧은 소설을 내기도 했으며 산문으로 썼다가 소설로 바꾼 것도 있다. 심지어 이승우는 '에세이 소설'이라고 부르며 잡지에 연재한 작품도 상당수 실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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