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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음담패설 판치는 대학생 커뮤니티…게시판에 글 올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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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캠퍼스픽 `모두의 연애` 게시판 질문글에 달린 댓글들. [사진 = 캠퍼스픽 캡쳐]


"내가 돈 낼테니 오늘 나랑 텔에서 놀자" "종강 기념 ㅅㅅ파티 할 사람?"

대학생 정보 공유 커뮤니티 '캠퍼스픽'의 '모두의 연애' 게시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글이다.

'캠퍼스픽'은 공모전, 대외활동 등 스펙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알뜰 장터처럼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용자수는 130만 명을 넘겼으며 대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에서 '모두의 연애' 게시판은 학생들의 연애 상담과 즉석 소개팅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용자 수는 4만 명으로 1분에 게시글이 10개 이상씩 올라올 만큼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음란한 내용과 성을 상품화하는 글들이 많아지면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캠퍼스픽에 직접 회원가입을 한 뒤 모두의 연애 게시판에서 유행하는 질문글에 참여해봤다. '질문글'은 나이와 성별을 밝히고 '질문을 받는다'는 내용을 올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댓글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찾으면 개인적으로 연락처를 주고 받기도 한다. 가입을 한 후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1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남친 유무"를 묻거나 다짜고짜 "통화 하자", "소개팅 하자"는 등 공개적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신체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 "XX 잘하냐", "돔이야 섭이야?"('지배'와 '복종'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준말로, 성적 취향을 드러내는 커뮤니티 용어) 등 성희롱적 질문들도 보였다. 이용자들이 개별적으로 보낸 쪽지에는 더욱 외설적인 표현들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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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픽 커뮤니티 이용규칙. [사진 = 캠퍼스픽 캡쳐]


커뮤니티 이용 규정 상 외설, 음담패설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노골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이유는 사용자 모두가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이 넘게 모두의 연애를 사용한 대학생 장 모씨(23·남)는 "유저들이 익명성을 남용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다른 대학생 커뮤니티도 많이 사용해봤지만 여기엔 야한 걸 넘어서서 상스러운 말들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김 모씨(24·여)도 "신고 제도가 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외설적인 글들이 커뮤니티에 넘쳐 다 신고하기도 벅차다"며 "음란한 쪽지를 받기 싫은 여성들은 본인이 여자라는 걸 유추할 수 있는 글을 올릴 때 알아서 메시지 차단 기능을 하고 올린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캠퍼스픽 측에 커뮤니티 내 신고 제도와 게시물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문의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지나친 성 상품화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정 모씨(22·남)는 "진지한 만남을 생각하며 들어왔는데 성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스펙을 따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성과의 만남을 찾는 커뮤니티 글에 남성은 돈, 차, 키, 얼굴, 성기 크기 등으로 프로필을 올리고 여성은 몸매, 얼굴, 자취 여부 등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건전한 만남을 찾는 글에도 성적인 조건을 묻는 댓글이 올라오기 일쑤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커뮤니티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더라도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다수가 원나잇 스탠드나 파트너를 전제로 이성을 찾기 때문이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하룻밤 상대를 만났다는 박 모씨(23·남)는 "진지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커뮤니티를 사용해 본 적은 없다"며 "인스턴트화된 만남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애초에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석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명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공격적이거나 음란한 표현은 쉽게 확산할 수 있다"며 "누군가 불을 지르듯 극단적·선정적인 글을 올리면 계속해 수위가 높아지는 '불지르기' 효과가 발생하는데 제재 장치가 없는 온라인 환경에서 더욱 극단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익명성'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무조건 익명성을 없애는 게 답은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감독·감시가 필요하고 이용자들도 바람직한 소통을 위한 변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위로부터의 작업과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병행해야 정화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디지털뉴스국 문혜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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