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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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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청와대와 유관 정부 부처가 역할을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기획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에 바라는 것을 담아 대통령께 공개편지의 글을 띄웁니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관으로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습니다. 정권이 바뀐 뒤에는 세종대 교수로 돌아갔고, 2014년부터는 서울시 정책 싱크탱크 서울연구원의 원장 자리를 맡아 서울형 도시재생 등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을 지원했습니다. 또 지난 대선에서는 문 대통령의 정책특별보좌관으로서 대통령 ‘1호 공약’이라 할 수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임대주택 확대 공약 등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다시 화려하게 정권 실세로 복귀했습니다.

최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집값 상승과 청약 과열 소식을 들으며, 아니 솔직히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부터 15여년전 참여정부 시절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강남 재건축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과 이를 잡기 위한 전방위 대책으로 내놓은 8∙2 대책이 당시 정부 정책들과 너무도 비슷해서였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와 대책들이 번번이 집값 잡기에 실패하고, 결국엔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던 트라우마가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남은 카드인 보유세 인상까지 준비한다고 하니 이렇게 공개편지를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권고한 보유세 인상 방안을 살펴보니, 과거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도입을 통한 부동산 과열 억제가 연상됐습니다.

과하게 오르는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좋습니다. 또 잘못된 조세 형평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특정 지역의 집값을 타깃으로 한다거나,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 자율로 정해져야 할 집값에 정부가 개입하기 위해 세금 인상을 동원하는 것은 조세 형평이나 재정 개혁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 생각합니다.

보유세 인상이 나오는 타이밍도 위험합니다. 계속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의 금리 인상 압박 수위도 높아졌습니다. 가계는 늘어난 빚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일자리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취약해 ‘고용 쇼크’라는 말이 나오며, 그동안 한국경제를 뒷받침했던 산업들은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은 서민 주거 불안은 물론 소비 감소와 내수 침체, 경제 성장의 발목까지 잡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보유세 인상이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불어난 자산가들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면 모르겠지만, 늘어난 세금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임대료로 전가된다면 결국 남의 집 빌려 사는 못 가진 서민들만 힘들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가뜩이나 먹고살기 빡빡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빠지고 보유세 인상 불똥까지 그들에게 튀어 민심만 더 나빠진다면 그 책임은 또 어쩌려고 하십니까.

지금 청와대와 정부는 ‘집값을 잡느냐, 못 잡느냐’라는 단순 이분법적 사고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눌러서 잡겠다는 대책만으로는 시장의 자율 기능만 훼손할 뿐입니다. 규제와 채찍만으로 잡힐 시장이 아닙니다.

‘백약이 무효’라는 시장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끌 수 있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부탁드립니다. 집값이 뛰면, 비록 그것이 대증요법이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때려잡으려는 태도가 쉽게 고쳐지진 않을 겁니다.

‘실패한 정책’이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 덕분에 반시장적인 정책으로는 절대 시장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길 바랍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힘들게 하고 그들의 내집마련 꿈을 짓밟는 부동산 투기 과열과 집값 폭등이 이젠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전태훤 디지털편집국 부동산부장(bes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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