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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개고기 먹으려고 개 죽이는 건 불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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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동물뉴스룸 토크-김경은 ‘케어’ 변호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식용 개도살은 위법’ 약식명령

앞으로 수사기관 및 판례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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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를 먹으려고 개를 죽이는 건 불법일까?

개고기가 시중에서 유통되니, 어리석은 질문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질문이 재판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은 없다. 개 도살 과정에서의 잔인성, 공개성 등을 법원이 인정해 판단을 내렸지, ‘개 도살 자체’가 법적 판단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동물단체가 개 도살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드는 것은 동물보호법 8조1항4호다. 이 조항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가 있을 때’(동물보호법 시행규칙)를 말한다. 그렇다면 개식용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까?

이와 관련해 법원이 법적 판단을 내린 사실이 공개됐다. 지난 4월16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경기 부천의 한 농장주가 개 한 마리를 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식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전기충격의 방법으로 죽인 사건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8조1항4호)으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것이다. 컨테이너를 임의로 짓고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건축법과 가축분뇨관리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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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고발한 동물권단체 케어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식용 목적 개도살은 위법’ 최초 판결 선포식을 열었다. 22일 케어 상근 변호사인 김경은 변호사를 동물뉴스룸에 초대했다.

-정식 재판이 아니라 약식명령이 확정된 것인데, 의미를 부여해도 되나?

“처음으로 법원 판단을 받아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8조1항4호로 기소한 적이 거의 없다.”

-판례가 전혀 없었나?

“주술적인 목적으로 동물을 죽인 사건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로 검찰이 기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동물단체에서 8조1항4호의 경우) 고발이 쉽지 않았고 고발한다고 하더라도 기소가 잘 되지도 않았다.”

-그럼 그동안엔 어떤 조항으로 개 도살이 처벌받았나?

“대개 8조1항 1호나 2호로 기소됐다. (1호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경우’이고, 2호는 ‘공개된 장소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경우’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에는 일부러 1호, 2호를 빼고 4호 혐의로만 고발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도 4호 위반으로 기소했고, 인천지법 부천지원도 그렇게 판단을 한 것이다.”

동물보호법 8조1항
①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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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과는 좀 다르긴 한데, 지난해 법원이 개에 대한 전기도살(전살법)이 ‘잔인한 행위’(8조1항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 : “인천 개 도살 무죄판결 파기하라”)

“잔인한 행위로 인정 안 된 게 아니라 검사가 입증을 못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몇 볼트의 전압을 써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사용 기준을 들어 가축의 전살법을 허용한다. 개는 그런 게 없다. (개는 이 법에서 가축이 아니라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 전살법으로 개를 죽이는 게 잔인한 것인지 입증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연구된 바도 없고…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있다.”

약식명령은 피의자의 죄가 벌금형 이하일 때, 검찰이 약식기소하면 법원이 서면심리만으로 발령하는 간소한 재판 절차다. 정식 공판절차를 통해 ‘개 도살은 위법인가’라는 본격적인 법리 다툼이 벌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개 도살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로 본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김경은 변호사는 “앞으로 식용 목적의 개 도살이 불법이라는 점을 국민과 정부에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애니멀피플 편집장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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