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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피치, 한국 신용등급 AA- 유지…"지정학적 위험 완화됐지만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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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해 경제 성장률 2.8%, 내년 2.7% 다소 둔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22일(한국시각) 한국의 신용 등급을 현재 수준인 ‘AA-,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이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다소 완화됐지만, 북한의 비핵화 관련 합의 이행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피치는 지난 2012년 9월 한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위에서 네 번째인 'AA-'로 상향 조정한 뒤 6년째 이를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우선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판단했다. 피치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이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수십년간 반복돼 온 ‘긴장 고조→완화’ 패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선언과 합의 이행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깨지기 쉽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라고 지목했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이해관계가 복잡해 여전히 지정학적 위험이 국가신용 등급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재정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피치의 판단이다.

피치는 한국의 경제 여건에 대해서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의 고용 창출 및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내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산업 위축,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으로 인한 수출 둔화 등 부정적인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장세가 올해 2.8%, 내년 2.7%로 작년(3.1%)에 비배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생산성 저하 등에 따라 중장기 경제 성장률이 2.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피치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6%, 1.9%로 봤다. 이는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피치는 “한국은 연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점진적인 통화 긴축이 예상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에 따른 자본유출 확대로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가계소비를 위축시키고,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계자산이 높은 점은 금융 안정성과 경제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한국의 대외건전성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1998년 이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와 GDP의 28.1%에 달하는 대외자산 등의 여건이 형성돼 있다는 게 피치의 설명이다. 또 피치는 GDP 대비 38.1% 수준인 정부 부채는 AA등급(중위값 38.3%)에 부합한다고 봤다. 공공기관의 우발채무 영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거버넌스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정부가 투명성 제고 노력과 정부·기업 간 분리 강화 등 지속적인 개선을 할 경우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향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상향요인으로 △구조적인 지정학적 위험 완화 △신뢰할 정부·공공기관 부채감축 전략 시행 △거버넌스 개혁 등을 통한 성장률 상향을 꼽았다. 하향요인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을 들었다.

세종=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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