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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삼성, PC셧다운에 임원도 강제퇴근…근로시간 대응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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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일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행 "업무시간과 비업무시간 경계구분 쉽지 않아"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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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7월 1일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분주히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엄격한 실태조사를 예고한만큼, 기업현장에는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이미 1년 전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시범운영해온 삼성전자는 7월1일부터 한 달 범위에서 총 근로시간을 정해 놓고 출퇴근 및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각 사업부문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등을 개발하는 IM부문의 경우 게이트에 출근 기록이 찍힌 시점부터 10시간 후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셧다운제를 일부 시행 중이다. 우선 임신 중인 '모성보호' 근로자와 그룹장 등을 대상으로 했다. 관리자부터 일찍 퇴근해야 근로시간 단축 문화가 정착된다는 취지에서 그룹장들의 PC가 출근 10시간 후 꺼지게끔 조치한 것이다. 다만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PC셧다운제는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신제품 개발을 맡은 특정부서에서는 근로시간 뿐 아니라 업무수행방법까지 근로자가 정하는 재량근로제로 대응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5%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DS부문 개발 담당 임원들에게는 '저녁 8시 이전 퇴근' 지침을 내렸다. 8시 이전 퇴근을 지키지 않는 임원들은 인사팀으로부터 경고메일을 받을 정도다. 저녁 8시 이후 임원이 직원들에게 업무 이메일을 발송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를 빈번히 지키지 않는 임원들의 순위도 집계한다. 이같은 지침 역시 임원 등 관리자들이 먼저 퇴근해야 조직문화가 바뀐다는 취지에서 적극 실천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600대 기업 일생활균형 제도 현황'(155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들이 가장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근무혁신 사항으로 '관리자부터 실천하기'(40.6%)가 꼽혔다.

이처럼 기업 현장에는 변화가 몰아치고 있지만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 등을 두고 혼란이 크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R&D 업무가 핵심인 IT기업은 더욱 고민이 깊다. 단순 생산직이 아닌 R&D는 신입 인력을 갑자기 뽑는다고 해서 대체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이끄는 팀 프로젝트들이 모여 세계 1위 제품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같은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직원들 입장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한다해도 근태입력 시스템에 업무로 인정되지 않는 '제외시간'을 입력하는 것부터 골칫거리다. 자동으로 카운트되는 경우는 식사나 운동 등으로 이동해 사원증을 태그하는 경우다. 가령 저녁식사의 경우 구내식당 입구에 사원증을 태그하면 30분이 제외되고, 저녁식사로 빵이나 과일 등 테이크아웃 메뉴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10분이 제외된다. 빵을 사무실로 들고 가 먹으면서 일하는 경우를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제외시간을 각자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당장 할 일이 많아 추가 근무가 불가피한 직원들은 근태입력 시스템에 '개인용무' 등의 사유를 입력해 업무시간을 조정한다. 이때문에 개발부서 직원들은 근로시간에 계산되지 않는 '제외시간'을 어떻게 입력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아침 업무를 시작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잘못했다간 담당 임원의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무가 급한 직원들은 눈치 보며 병원이나 은행, 운동 등 개인용무를 적어두고 일을 하는 처지가 된다. 시간을 한정해두다보니 R&D현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지키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창의적으로, 몰입해서, 스마트하게 일하라'는 말만 반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심하다.

근로시간 위반 때 과태료만 물리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업주를 징역·벌금형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규정은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이정도인데, 제대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중견·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경제계의 건의를 뒤늦게 받아들여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해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제도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나온 늑장대처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정호석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공인노무사는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업무시간과 제외시간의 경계구분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며 "인사업무 경력이 20년이 넘는 분들도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대해 헷갈려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세심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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