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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나라 위해 싸웠던 소년들… 국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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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소년병 법적 정의 불분명… 月30만원 참전수당밖에 못받아 21회 위령제 참석한 옛 전우들 "특별법 통과돼 합당한 대우받길"

조선일보

21일 오전 대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제21회 6·25 참전 순국 소년병 2573위 위령제가 열렸다. 당시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용사들이 위령제에 참석해 헌화를 하고 있다. /박원수 기자


21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자락 낙동강승전기념관 강당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 70여 명이 숙연한 표정으로 자리 잡았다. 제21회 '6·25참전 순국소년병 2573위령제' 참석차 모인 전우들이다. '2573 위령제'는 6·25전쟁에서 전사한 만 17세 이하 소년병 2573명을 기리는 행사다.

국방부가 파악하고 있는 소년병 숫자는 2만9614명. 이 중 2573명이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현재 생존자는 1000명에서 2000명 정도다. 행사는 '6·25참전소년소녀병전우회'(회장 박태승)가 주최하고 국방부, 국가보훈처, 대구지방보훈청, 보병 제2사단, 재향군인회가 후원한다.

올해 위령제 참석자는 100여 명. 세상을 떠나거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많아 해가 갈수록 참석자가 줄고 있다. 올해는 분위기가 그 어느 해보다 비장했다. 소년소녀병들을 예우하고 보상하자는 법률안의 통과 여부가 목전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박승태(85) 회장은 추도사에서 "전쟁이 끝난 지 6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도 정부는 참전소년병의 호국정신과 희생에 대한 법률적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소년병으로 참전했다가 북한군에 붙잡혀 두 달간 포로생활을 하다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박휘청(85)씨, 중학교 3학년 때 피란 가다 강제로 징집돼 고초를 겪었다는 정임득(84)씨도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소년병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소년소녀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참전수당으로 주는 매월 30만원 정도가 전부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은 소년소녀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소년소녀병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으나 부처 간 이견으로 폐기됐다. 올해 국회에 재상정해 정기 국회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 난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위령제에 참석해 "이번 회기에 소년소녀병 특별법이 꼭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년소녀병전우회 윤한수(85) 사무총장은 "이번 국회 회기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법률안 통과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구=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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