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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검·경을 쥐고 흔드는 권력… 이번에도 '인사권 견제장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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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안] 文대통령 취임때 "권력기관, 정치에서 완전 독립" 약속했지만 현재 대통령이 낙점하는 구조는 안바꿔… 중립적인 인사委 필요

검찰은 그동안 권력에 영합하는 수사를 하면서 그 대가로 수사권, 기소권,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 권한을 누려왔다. 더 이상 검찰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의 책에서 "검찰은 정치권과 소통하면서 함께 통치하는 주체"라며 검찰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내비쳤다. 현 정부가 21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통해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준 것도 그런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 조정안대로라면 검찰과 경찰은 이제 독자적으로 각자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형식적으로는 경찰 권한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조정안대로 된다고 해도 그동안 우리 수사기관이 갖고 있었던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검찰과 경찰의 가장 큰 문제는 인사권을 쥔 정권 눈치를 보면서 그 입맛에 맞는 표적 수사, 정치 보복 수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검찰총장이든 경찰청장이든 수사기관 책임자 인사에서 대통령이 손을 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정안은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젠 검찰은 물론 경찰까지 대통령 충견(忠犬)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 경찰은 최근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면서 언제든지 그런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해 5월 민정수석에 임명된 뒤 첫 기자회견에서 "민정수석은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그 이후 조 수석이 검찰이나 경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말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의 구도대로라면 민정수석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검경에 수사와 관련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역시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에서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다. 그 방법은 결국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책임자 인사에서 손을 떼고, 그 기관 내부 인사(人事)를 기관 책임자에게 맡기는 것이 돼야 한다고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인사권을 통째로 놓기 어려우면 검찰이나 경찰의 내부 인사위원회를 중립적 인사로 꾸리고 여기서 구체적 인사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경우 법무부 검찰국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9명으로 구성되는데 지금까지 사실상 정부 측 의견이 후보 추천 과정에 많이 반영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청장은 아예 후보추천위가 없고 대통령이 경찰청장 후보를 낙점하는 구조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되기 위해서는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정안에선 검찰과 경찰의 권한 배분만 정했을 뿐 이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있을 국회의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는 수사기관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력에서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한 수사권 조정은 검경이 정권에 충성 경쟁을 벌이게 하는 결과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선 수사기관 정치 중립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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