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공정위, 법조항 자의적 해석으로 ‘대기업 봐주기’…벌금형만 가능한 155건 ‘경고’ 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석연찮은 제도 운영으로 검찰 수사 자초한 공정위

신세계·롯데 등 얽힌 사례

지난해 국감서도 지적 받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식 보유 현황 공시와 관련, 벌금형만 규정된 법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행정처분인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사건 대부분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으로 신세계, 롯데 등이 얽힌 총 155건의 사건과 상당수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영그룹도 공정위 소회의에서 앞서 면책을 받은 신세계, 롯데의 사례를 들며 ‘경고’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의 석연찮은 제도 운영이 칼이 돼 공정위에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신세계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주식 차명신고에 대해 경고 조치만 내렸다. 공정위는 당시 “위반행위로 여타 기업규제를 면탈한 사실이 없는 점”, “과거 같은 건으로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는 점”, “법위반 정도가 경미한 점”을 들어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9월과 11월에 롯데그룹 소속 롯데푸드·롯데물산 등 11개 계열사와 농협은행에도 주식 허위신고에 대해 경고 처분만 내렸다. 반면 공정위는 2016년 11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라 공정위에 주식 보유 현황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공정거래법 68조에 근거해 처벌받는다. 68조는 기업집단의 주식 보유 허위신고와 허위보고는 행정처벌이 아닌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 위반행위’는 벌금형 부과만 가능하다”며 “자료제출 위반과 관련된 공정거래법 68조 위반 162건 중 7건만 검찰 고발했고 나머지 신세계·롯데 등이 포함된 155건은 행정처분인 ‘경고’ 조치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행정처분은 반드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경고를 포함한 시정조치’ 처분이 가능한 법위반행위를 별도로 마련해놨다. 대기업과 총수 일가의 주식 보유 현황 허위신고에 대해 행정처분인 ‘경고’를 내릴 근거가 없는 것이다. 검찰은 공정위가 공시의무를 위반한 다수의 대기업에 경고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도 주식 보유 현황 신고규정 위반행위와 관련해 공정위의 ‘경고’ 처분 관행을 공정위 소회의에서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9일 공정위 과천심판정에서 열린 소회의에서 부영 측은 “신세계와 매우 유사한 사안이고, 롯데보다는 경미한 사안이므로 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공정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내부 노력을 더 하겠다”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가 나온다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진·박용하 기자 onejin@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