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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수사권 조정, 신문조서 증거능력·영장청구권 불씨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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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작성 신문조서의 우월적 증거능력 문제 언급없어

경찰이 1차적 수사권 보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

검찰 영장청구권에 정부 입장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경찰에 1차 수사에서 자율성 강화를 골자로 한 수사권 조정안을 확정했지만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애매하게 처리한 일부 내용은 향후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먼저 정부는 21일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에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우월한 증거능력을 갖는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경찰의 그것과는 달리 피고인 등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해도 원칙적으로 증거로서 효력을 발휘한다. 피의자로선 향후 법정 싸움때 경찰 수사보다는 검찰 수사 내용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1차적 수사의 모든 권한을 갖고 검찰은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갖는다는 이번 조정안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현재 국회에 제출된 6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어떤 수사기관이 작성하든 피고인 등이 향후 법정에서 이를 인정해야만 증거능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피의자신문조서와 수사권 조정은 다른 문제”라며 “형사소송법상 증거법을 바꿔야 할 문제이고 별도 사안이기 때문에 오늘 합의안에 들어갈 내용이 아니다”고만 말했다.

강제수사의 핵심인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한 정부 입장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경찰이 원칙적으로 검찰의 지휘 없이 수사하고 종결할 수 있다면서도 검찰의 영장청구권에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헌법 개정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조 수석은 “개헌이 되지 않으면 영장청구권은 검사가 독점한다. 이 문제는 법률로도 두 장관 합의로도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제수사를 위한 핵심 권한인 영장청구권의 보유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원론적 차원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한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대한 판단을 통해 사실상 수사를 지휘·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와 관련, 지난 3월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서 검찰이 독점해온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수사경찰이든 사법경찰이든 경찰이 구속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내부에선 정부가 검찰의 반발을 감안해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유지하되 경찰에는 검찰의 영장기각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권한을 부여하는 식으로 봉합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이 동일사건을 중복수사하면 검찰이 우선적 수사권을 갖도록 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정부 최종안은 두 기관이 수사경합 때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검찰 수사력은 일반 송치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에 집중토록 한다”고 규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해석의 여지가 많은 구체적 사안들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또다시 치열하게 다투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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