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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구혜선 "반려견 보낸 뒤 음악도 못 들어…왜 태어났나 생각까지"[BIFF](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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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스튜디오 구혜선'으로 부국제 초청

반려견 떠나보내며 만든 자전적 음악다큐

"첫 장편 상영사고 마음 아팠지만…감독으로 잘 버텨"

이데일리

구혜선.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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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겸 감독 구혜선이 자신의 첫 장편 독립영화 ‘복숭아나무’를 바탕으로 자전적 음악 다큐 ‘스튜디오 구혜선’을 제작하게 된 계기와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반려견 감자와의 이별로 4년간 겪은 상실과 아픔 등을 털어놨다.

구혜선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모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구혜선은 올해 영화감독 자격으로 BIFF에 초청받아 영화제 전야제부터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 커뮤니티 비프 행사 등에 참석하는 등 영화제 기간동안 관객들과 열띤 소통 중이다. 그의 단편 영화 ‘스튜디오 구혜선’이 올해 커뮤니티 비프 부문 초청작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구혜선’은 뮤직 드라마 형태의 다큐멘터리다. 지난 2012년 구혜선이 제작, 감독한 장편영화 ‘복숭아나무’를 배경으로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 ‘복숭아나무’가 ‘그리고 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또한 구혜선이 직접 작곡한 피아노 뉴에이지 음악을 기반으로 제작 중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축소한 형태로 러닝타임 15분의 단편영화다.

구혜선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은 지난 200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약 2년 만이다. 구혜선은 2년 전에도 영화감독 자격으로 커뮤니티 비프 부문에 초청돼 단편들을 상영하고 관객들과 만났다.

구혜선은 “저도 생각해보니 영화 만든지 17년이나 됐다. 영화제에 배우로 온 적이 없고 늘 감독으로만 다녔다”며 “처음 부산에 왔을 때는 너무 신기하고 실감이 안났는데 10년도 넘게 지나서인지, 요즘은 영화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되게 재밌는 게 저는 영화제 참석하신 배우들은 잘 모르지만 감독님들은 다 잘 알고 있다. 감독님들은 10년 전과 똑같이 그대로 있으시더라. 그분들 역시 저를 전혀 배우로 생각하지 않으신다”며 “그냥 구 감독으로 부르신다. 배우 대접을 전혀 해주시지 않는다”는 너스레로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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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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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튜디오 구혜선’을 제작한 계기를 묻자 “2012년 처음 ‘복숭아나무’를 찍을 때 제가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내가 학교를 거의 13년 만에 졸업을 했다. 우선 졸업을 해야 했기에 그동안 만들었던 영상들을 쭉 살펴봤다. 그렇게 살펴보니 ‘복숭아나무’가 마음 속에 깊게 남아있던 것 같다”며 “‘복숭아나무’란 작품을 만들며 내 마음 안에서도 언젠가는 봄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것 같다. 사실 넷플릭스가 세간에 잘 알려지기 전 관계자분들을 알게 돼 운 좋게 ‘복숭아나무’ 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넷플릭스 스트리밍 계약이 끝났지만, 당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해 보여드릴 기회가 잘 없었는데 그래도 넷플릭스 덕분에 이 영화를 찾아주신 분들도 계셨더라”고 회상했다.

구혜선은 ‘복숭아나무’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얽힌 개인적인 기억도 털어놨다. 그는 “‘복숭아나무’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경쟁 후보에 올라 상영회를 진행했었는데, 상영회 도중 상영 사고로 20분 만에 영화가 꺼져버린 일이 있었다”며 “제 작품을 보러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는 감독분들, 관객분들이 많이 와주셨다. 상영 사고가 나서 다시 영화를 틀었는데 또 20분 만에 화면이 꺼지더라. 그렇게 관객분들이 40분을 기다리셨다. 더 기다리시게 할 수 없어 결국 상영을 포기했다. 주변 분들께선 ‘상영 사고가 나면 영화가 대박난다’며 응원을 해주셨는데 그렇게 잘 되지도 못 했다. 당시 영화 음악들까지 직접 다 작곡했던 터라 더 애착이 남고 기억에도 남는다”고 회상했다.

구혜선은 “영화제 프로그래머분들은 당시의 사고를 기억하시더라. 그땐 개인적으로 그 일이 비극적인 일로 다가왔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그때 이후 보다 재미있는 영화로 상업적으로 흥행한 경우는 없었으니, 어떻게든 이 일을 버티고 있는 것 같다”며 “일단은 잘 버텨냈다는 생각”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다만 ‘스튜디오 구혜선’을 선보이기까지 4년의 공백이 있었다고도 털어놨다. 4년간 극심한 펫로스 증후군(반려견을 떠나 보낸 후 겪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엔 ‘복숭아나무’와 음악을 매개로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이었지만, 아픔을 극복하며 반려견 감자와의 추억과 당시의 마음을 표현한 지금의 다큐멘터리가 됐다고. 그는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인 15분짜리 단편과 곧 공개할 60분 버전의 확장된 장편은 아예 이야기가 다르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들던 중 반려동물 6마리를 하늘로 떠나보내며 작업이 중단됐다”며 “2년간 음악을 아예 못 듣겠더라. 그러다 카메라와 골든리트리버 봉제 인형만 들고 제주도로 떠났다. 거기서 영화로 아이들(떠난 반려견들)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음악을 통해 60분 분량으로 아이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특히 장편 다큐멘터리는 최근 세상을 떠난 반려견 감자와의 기억을 많이 그리고 있다고. 구혜선은 “영화를 편집하며 2년 만에 음악을 다시 듣는데 참 슬프더라. 저처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이 많으실텐데 그분들이 영화를 보시며 편안한 마음을 가지시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사실 아이들과 감자를 보낸 뒤 ‘난 왜 태어났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왜 하필 나로 태어난 걸까 한참 생각하다 깨달았다. 아이들을 보낸 뒤 ‘아 내가 너희들 때문에 태어났구나’ 그런 생각들도 영화에 담겨 있다”고 고백했다.

한편 구혜선은 커뮤니티 비프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자 올해는 두 가지 버전으로 찾아오며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취생몽사2: 한성파티시네마’에도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을 예고해 영화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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