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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소매점 폐업 쓰나미에 밤잠 설치는 건물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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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미국 오프라인 소매점의 쇠락, 폐점 쓰나미

최근 1~2 년 사이 나와 우리 가족을 슬프게 한 상점의 폐업 소식이 있었다. 하나는 퇴근길에 자주 들렸던 골프스미스(Golfsmith)의 폐업이다. 한때 골프용품점의 대명사로 미국 전역에 100여개 매장을 갖고 있던 골프스미스는 2016년 9월 부도났다. 스포츠용품점인 딕스(Dicks)가 인수했고, 그 과정에서 전국 60여 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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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골프전문매장인 골프스미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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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을 침울하게 만든 소식은 집 근처 토이저러스(Toy R Us)의 폐점 발표다. 지난해 9월 부도나면서 구조조정을 위해 미국 내 900개 매장 중 180 개를 닫는다고 발표했다. 그 중 하나가 우리 집 옆 가게다. 온라인 기반의 종합쇼핑몰 아마존이 승승장구하며 5조원 이상을 들여 제2의 본사를 짓겠다고 미 전역을 뒤흔드는 것과는 상반된 쓸쓸한 풍경이다.

■소매점 부도에 폐업 줄이어

미국 전역에 매장을 가진 리테일 거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언론은 리테일 상점의 종말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쿠시먼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약 9000개의 오프라인 소매점이 문을 닫았다. 약 50개 체인점은 부도를 신청했다. 이는 2007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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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갭은 향후 3년간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매장 200개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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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약 1만 2000개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약 25개 대형 소매회사가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월그린, 갭, 짐보리 등이 3600개의 매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편의점 형태 대형 약국인 월크린은 올해 600개 매장을 닫을 계획이다. 그야말로 오프라인 소매점에 폐점 쓰나미가 들이닥치고 있다.

■앵커 테넌트의 대이탈

이쯤되면 밤잠을 설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소매점이 입점한 쇼핑몰 소유주나 임대 회사들이다. 임차인이 부도나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으면 수입과 상가 가치에 직격탄을 맞는다. 그것도 앵커 테넌트가 나간다면 그 피해는 휠씬 크다. 중소 쇼핑몰에는 존폐의 문제가 된다.

최근 문닫는 매장 상당수는 앵커다. 대형 쇼핑몰의 전통적인 앵커 테넌트인 시어스(Sears)와 메이시스(Macy’s), JC페니(JC Penny) 같은 백화점은 계속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80개 매장을 폐쇄한 시어스는 올해도 39개 매장 사업을 접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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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룡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미국 뉴욕의 메이시스 백화점. /비즈니스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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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스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70개를, JC페니는 지난해에만 140개 매장을 각각 철수했다.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미국 전체 1만3000개 쇼핑몰 중 310여개가 앵커 테넌트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앵커의 퇴장은 쇼핑몰을 찾는 고객들이 발길을 줄여 다른 매장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앵커 테넌트가 나가면 임대료, 임대기간 등에서 재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쇼핑몰 주인은 주머니 사정이 약화된다

■매장 철수 막는 소송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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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인수한 차 전문점 티바나. /스타벅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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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테넌트가 문을 닫지 못하게 소송을 내는 경우도 있다. 실제 효과도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는 미국 전역의 379개 티바나(Teavana) 매장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티바나는 2012년 스타벅스가 인수한 차(茶) 전문점이다. 이 발표에 발끈하고 나선 것은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회사인 사이먼프라퍼티 그룹. 자사가 보유한 쇼핑몰에 77개 티바나 매장이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즉각 임대기간 내에는 쇼핑몰 운영 시간에 맞춰 티비나를 열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법원은 사이먼의 손을 들어줬다.

시애틀에 위치한 벨뷰 스퀘어 쇼핑센터(Bellevue Square Shopping Center)의 소유주는 지난해 10월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고소했다. 임대 기간 만료 전에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임대료를 계속 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남은 임대 기간 동안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홀푸드에 14일 이내에 매장을 다시 열라고 판결했다. 앞으로 이런 고소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을 닫으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달러제너럴 등 할인 매장은 계속 확장

오프라인 상가들이 맥을 못추고 문닫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온라인 쇼핑 때문이다. 가격 하락 압박에 마진은 깻잎 한 장처럼 얇아졌다. 이에 변화를 모색하는 곳도 많다. 미국의 대표 서점인 반스앤노블은 서점 안에 카페 분위기의 식당을 열었다. 음식은 물론 커피에 와인까지 판매한다. 분명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을 사는 것 뿐 아니라 아이들이 여러가지 놀이나 장난감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매장을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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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과 고객 편의를 앞세원 계속 성장 중인 달러 제너럴 매장.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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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오프라인 매장들이 축을 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보다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할인 전문점들은 오히려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물건을 싸게 팔기로 유명한 달러 제너럴, 달러 트리, 로스, TJ맥스 등은 올해도 신규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미국 소매 시장이 성장을 멈췄기 때문은 아니다. 매년 미국인들은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 2017년에도 미국 리테일 산업은 4%쯤 성장했다. 변화를 모색하는 소매 체인점들의 과제는 경험과 가격이다. 어떤 혁신을 통해서든 이 두가지를 잡을 수만 있다연 아직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는 끝나지 않았다.

[함현일 美시비타스그룹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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