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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악동 수아레스, 아내덕에 사람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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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아내 권유로 심리치료 받아… 사우디전 결승골… 큰 충돌 없어

루이스 수아레스(31·우루과이)는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돌발적 기행으로 유명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땐 상대 슈팅을 손으로 쳐내 퇴장당했고, 2014년 브라질에선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이로 깨물었다. '핵이빨' 이란 별명을 얻은 게 그때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해외 베팅 사이트에선 '수아레스가 이번엔 어떤 선수를 깨물 것인가' 내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아레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그 통념과 예상을 완전히 깼다. 2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A조 2차전에 출전한 그는 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우디 골키퍼가 쳐낸 공이 자신의 앞쪽으로 흐르자 왼발로 차 넣으며 결승 득점을 올렸다. 이날 사우디 수비수와 몇 차례 충돌했지만, 그때마다 꾹 참는 모습을 보였다. 1대0으로 승리한 우루과이는 조별리그 2승째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수아레스에겐 이 경기가 2007년 2월 국가대표 데뷔 후 통산 100번째 A매치 경기였다. '센추리 클럽'(A 매치 100경기 출장)에 가입한 수아레스는 득점 후 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넣는 '임신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경기에 앞서 아내 소피아 발비(29)가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축한 것이다. 수아레스는 경기 후 트위터에 "모든 이들, 특히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썼다.

성숙해진 수아레스 뒤엔 아내의 내조가 있다. 수아레스는 2014년 말에 낸 자서전에서 "경기에 열중하다 보면 심장박동이 빨라져 뇌가 몸을 따라갈 수 없을 때가 있다. 나 때문에 우리가 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고 후회했다. 그런 그를 발비는 "모든 걸 홀로 감당하려 해선 안 된다"고 위로한 뒤 심리치료를 권했다. 동시에 "나쁜 행동을 하면 응원 가지 않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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