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수술 나선 위기의 지상파 롤플레잉 게임 끌어들인 ‘두니아’ 다큐멘터리풍 ‘거기가 어딘데??’ 기존 오락문법 깨뜨린 파격 구성 초반 낮은 시청률에도 반응 좋아
식상했던 지상파 예능이 달라지고 있다. MBC는 모바일 게임을 원작으로 한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를 선보였다.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형식의 예능이다. [사진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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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낀 걸까. 최근 지상파 예능이 달라졌다. ‘이거 정말 지상파 맞나’ 싶은 참신한 시도를 보여준다. 선두에 선 건 MBC. 지난 3일부터 넥슨의 모바일 게임 ‘듀랑고’를 원작으로 한 예능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를 시작했다. 1인 방송을 예능으로 끌어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기획했던 박진경 PD가 연출을 맡았다.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는 특이하게도 ‘언리얼리티(unreality)’ 예능을 표방한다. 지난 10여년간 ‘예능=리얼’로 받아들였던 암묵적 공식을 깨뜨린 것. 공룡이 살고 있는 ‘두니아’라는 가상 공간에 연예인과 모델 등 10명이 강제로 순간이동을 당하고, 이들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인다.
박진경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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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PD는 “시청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상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봤던 제작진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작법부터 다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엄청난 도전”이라고 말했다.
식상했던 지상파 예능이 달라지고 있다. KBS는 다큐멘터리와 흡사한 ‘거기가 어딘데??’를 선보였다.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형식의 예능이다. [사진 K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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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이렇다. 지진희가 하염없이 모래 위를 걷다 문득 “우리 탐험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차태현은 답한다. “사람은 항상 생각한 대로 하고 싶잖아. 근데 참 보면 계획대로 되는 건 별로 없는 것 같아. 또 그렇게 (계획 없이) 했을 때 더 기분이 좋은.” 이에 조세호도 “어떤 느낌일지 알겠다”며 말을 보탠다. “예전에 욕심이 많았는데 일이 없었다. (중략) 어느 순간 욕심을 안 내보니까 희한하게 또 기회들이 오더라.”
유호진 PD.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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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료채널의 8년 차 PD는 “지상파가 당장 제작 방식이나 생각을 바꾸기에 덩치가 큰 게 사실이지만 분명 위기감은 갖고 있을 것”이라며 “두 방송사의 이번 시도는 유호진과 박진경이라는 두 스타 PD의 제안이었기에 가능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트렌드를 이끄는 유료 채널의 참신한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tvN은 지난 4월 숲속 조그마한 오두막에 연예인을 데려다 놓고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한 다큐적 예능 ‘숲속의 작은 집’을 선보였고, 최근엔 기존 힐링 예능을 농촌 예능으로 분화시켜가고 있다. 자신이 먹을 동·식물을 길러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담는 ‘식량일기’는 ‘어떻게 자신이 키운 동물을 잡아먹을 수 있느냐’는 거부감과 별개로, 동물 복지와 육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담으며 새로운 지점을 보여준다. 25일 시작하는 ‘풀 뜯어 먹는 소리’는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시골 ‘삶큐멘터리’가 모토다.
지상파의 이번 도전, 성적을 매겨본다면 몇 점일까. 기존 잣대인 ‘시청률’만 보자면 말할 것도 없이 실패다. ‘두니아’는 첫 회 3.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3회 2.5%까지 떨어졌다. ‘거기가 어딘데??’도 3.3%로 시작해 최근까지 3.5% 수준. 그럼에도 ‘망했다’라고 섣불리 말할 건 아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고답적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으로 가던 기존 지상파 입장에서 보면 두 프로그램은 망하기로 작정하고 나선 프로그램”이라며 “이런 시도 없이 계속 쉬운 길만 가려 한다면 시청자들부터 외면당하는 퇴행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와 유료채널 등 콘텐트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시청 습관 또한 바뀌면서 지상파 플랫폼 우위는 이미 사라졌다”며 “기존처럼 한다면 불 보듯 뻔한 싸움이다. 치밀한 기획과 시즌제 등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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