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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SF2018]디지털 경제전환...재취업 구조·탄탄한 제조업 뿌리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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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총리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특별대담

디지털 경제 전환, 제조업 침체와 일자리 감소 불러와

고용시장에서 도태된 기존 산업 노동자 재고용 가능해야

일자리 늘리는 정책에서 노동자 역량 강화에 '초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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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디지털 격변기. 제조업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충격은 어떻게 줄여야 하나.’

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내 특별대담은 이 같은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대담에는 이번 포럼 메인 연사인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총리와 권기홍 동방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나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좌장으로 함께 했다.

이들은 19세기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20세기 중반 세계 최고 경쟁력의 조선·철강 제조업 국가, 21세기 모범 복지국가로 성장한 스웨덴의 경험을 나눴다. 특히 1970년대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 침체를 겪었던 스웨덴이 어떻게 대변혁을 이뤄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공유했다.

◇레인펠트 전 총리 “일자리 충격 완화할 재취업 구조 갖춰야”

레인펠트 전 총리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으로 제조업 중심 일자리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스타트업, 1인 기업, 프리랜서 등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만 기존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1970년대 스웨덴의 조선업은 몰락하기 시작했고 섬유산업도 경쟁력을 잃었다”며 “이로 인해 1970년대 스웨덴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제조업 기반 스웨덴 기업들은 생존하지 못했고 고용은 불안해졌다.

레인펠트 전 총리는 “일자리에 관해서 기존 시각을 전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존 제조업 중심 시각에서는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면 새로운 시각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회 구성원들을 재교육·재훈련해 고용시장에 재진입시키는 정책이다.

이와 함께 추진한 정책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이다. 규제보다는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정책이 주가 됐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스웨덴은 새로운 기술 기반의 창업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 등 사회기관이 주도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레인펠트 전 총리는 “대부분의 일자리 창출은 민간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자신했다.

유럽시장의 정치적 통합은 격변기 스웨덴에 호기가 됐다. 레인펠트 총리는 “수십 년에 걸쳐 노력하는 동안 유럽시장은 관세가 없는 단일시장으로 변모했다”며 “덕분에 기업 간 경쟁은 다시 살아났다”고 진단했다. 다만 레인펠트 전 총리는 실업자를 위한 재훈련·재교육 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재훈련 기관은 사회적 기관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기업이 임금 협상을 할 때 임금 일부를 재훈련 예산으로 합의한다”며 “이를 갖고 재훈련 예산으로 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재훈련·재교육 인프라는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유도할 수 있다.

레인펠트 전 총리는 한국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교육 제도가 내놓은 성과는 전 세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면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재취업을 위한) 교육제도를 확충하고 창업 환경을 잘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고 새로운 기업도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기홍 위원장 “탄탄한 제조업이 디지털 경제의 뿌리”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도 레인펠트 전 총리와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한 실업급여, 재취업 교육 등이다.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한국 사회가 갖고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고 실업자들의 직업 능력을 배양해줘야 하는데 항간에서는 이를 좌파정책이라며 몰아붙이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며 “우리 시대가 균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면 이런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의 혁신과 변화도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고품질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예전처럼 정부가 나서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디지털 경제의 전환도 결국은 탄탄한 제조업이 기반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1인 사장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기존의 산업과 제조업이 튼튼한 뿌리를 갖고 우수한 인력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능력을 갖춘 인재가 몰락하는 상황에서 서비스업만으로는 국가가 성공적으로 경영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산업화가 되면서 농업의 비중은 줄었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비중만 줄었을뿐 우리 국민들의 식량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권 위원장은 “지금까지 말한 신세계가 자칫 신기루가 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변화의 시대를) 맞기 위해서 기존의 것들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1세기는 문화의 변화, 인식의 변화 시대다”며 “새로운 사회를 가는 데 있어 우리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 우리 젊은이들의 희망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에 비전과 꿈을 주고, 고용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스웨덴의 경험과 모범적인 사례를 잘 참조해 우리나라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을 봤으면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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