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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이 시중은행의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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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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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는 그동안 과점화 되어있었던 국내 은행산업에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는 점과 24년 만에 신규은행을 인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산업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사실 과거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은산분리와 금융실명제 등 제약에 가로막혀 무산되고 말았는데 지속적인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시도가 결국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 전부터 기존 시중은행들은 과점체제 속에서 예대마진을 통한 이익만을 향유한 채 별다른 금융혁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16년부터 4대 은행은 매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주가상승세를 보였으나, 구체적인 수익구조를 살펴보면 이자수익이 70~80%에 달할 만큼 전통적 수입원인 예대마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 간 경쟁을 촉진시켜 금융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시킴은 물론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금융혁신을 통해 금융소비자 편익의 증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모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이 기존 시중은행의 기업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경제학적 논리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전통적 과점시장모형에서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은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을 하락시키고 거래량을 증가시킴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은 증가시키지만 기존 기업들의 이윤은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위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출상품이 기존 시중은행들이 제공하는 대출상품과 어느 정도 대체관계를 갖는다면, 기존 은행들의 금융 소비자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용하게 됨으로써 기존 은행들의 이윤 및 기업가치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과 달리 금융위가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발표한 2016년 11월 말부터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017년 7월말까지 시중은행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낮게는 20%대에서 높게는 50%대까지의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이 20%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이 시중은행의 기업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은행 산업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기업가치가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다음과 같은 2가지 근거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시중은행과 인터넷 전문은행이 서로 대체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두 은행 그룹이 대체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제도적인 영향으로 인해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이 시중은행의 주가하락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은행그룹이 서로 대체관계에 있지 않는 이유는 시중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대출 시장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참여하려는 대출 시장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제1금융권과 제2, 제3금융권 사이의 금리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중신용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두 은행그룹이 수행하는 업무의 대체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들의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적으며 결과적으로 시중은행의 기업가치가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시중은행 주가 추이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두 은행의 대체관계가 사실상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중신용 대출을 주로 담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고신용자 대출의 비중이 훨씬 많았다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 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의 대출시장을 일부 잠식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인데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결과였다.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초기에 중신용자들의 연체율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은행이 중신용자에 대출을 집중하기보다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여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영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이처럼 기존 시중은행의 대출시장을 잠식시킬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기업가치 하락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은산분리 문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현행법상 일반 기업은 은행지분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주도한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충분히 확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BIS비율 규제대상인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확대와 함께 BIS비율 8%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증자가 필요한데, 증자시 산업자본의 비중이 증가하게 되어 은산분리 규제를 위반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충분히 많은 자본을 확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의 기업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만큼 유의미한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시중은행들의 주가 흐름에 반영되었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후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이후의 시기에 시중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그 결과 이들 은행은 꾸준히 높은 실적을 보였다. 이러한 실적의 역사가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던 2016년을 기점으로 축적됨에 따라 은행주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의 의의와 함께 해당 사건이 시중은행의 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의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국내 시장에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정보가 많이 축적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석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발전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기대가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고 금융위가 인터넷 전문은행의 추가 인가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제3,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은행산업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보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논의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실제로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가 허용될 때 인터넷 전문은행과 기존 시중은행들의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김세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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