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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자유로운 영혼 짐 로저스 회장, `북한 투자는 대박` 2015년 예언 적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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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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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열전-64] 요즘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관련해 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 투자하면 대박을 낼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국과 북한 정상회담 이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싱가포르에서 삼성증권 대표와 만나서도 똑같은 논리를 전개했다. "미·북정상회담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과 경제가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의미다. 북한 경제 개발이 본격화하면 김정은의 풍부한 해외 경험이 장점으로 작용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북한의 잘 교육된 젊은 인력과 풍부한 자원이 한국 자본과 결합해 큰 시너지가 이루어질 게 분명하다."

그가 2015년 CNN과 인터뷰하며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 이후 북한 돈과 채권 투자를 권유하는 등 북한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럴듯한 근거까지 언급하며 북한 투자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그래핀 산업이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는 그래핀의 원료인 양질의 흑연이 많이 매장돼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래핀을 넘어 한국 전체 산업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대북제재만 없다면 적극 투자하고 싶은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꼬마 지도자(김정은)가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덕에 개혁과 개방에 친화적이다. 북한 내 자유무역구역들을 중심으로 1980년대 중국처럼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됐던 때였다. 미국은 군사 옵션을 거론하며 한반도 긴장이 언제 해소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이런 시기에 북한 투자를 강력하게 권유했으니 많은 이들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4개월 만에 그의 담대한 예상은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매우 험난하겠지만 현시점에서 로저스 회장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전설적인 투자 귀재로 명성이 높지만 명강사이기도 하고, 괴짜 여행가이자 방송 진행자다. 그가 처음부터 투자 전문가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예일대 역사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투자회사에 잠시 몸담았지만 다시 학업의 길을 선택했다.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명문 옥스포드대에서 그는 철학, 정치, 경제 등 인문학 분야를 두루 섭력했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와 관련이 없는 공부였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투자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풍분한 인문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예지력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투자업계에 투신한 뒤에 엄청난 수익률로 나타났다. 또 다른 투자 귀재인 조지 소로스와 함께 1973년 퀀텀펀드를 공동 창업한 뒤 10년간 4200%의 수익률을 올린 것은 월가의 전설이 됐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인생을 즐기기에 충분한 돈을 벌고 나서 투자 업계를 떠나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아직 40세가 되기 전이었다. 그리고 나서 오토바이를 타고 전 세계를 달렸다. 또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문 제작한 벤츠를 타고 무려 116개국을 떠돌아다녔다. 수많은 곳을 여행하며 그는 세상 이치를 깨달았다. 투자 이론 뒤에 숨어 있는 현장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배운 지식과 통찰력을 나누는 일에도 열정적이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고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여행과 투자 철학을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는 인터뷰와 강연을 통해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명언을 많이 남겼다. 2012년 포브스와 인터뷰하면서 나온 다음 말은 자주 인구에 회자된다. "주식 브로커는 택시 기사가 되는 반면 현명한 농부는 람보르기니를 몰게 될 것이다." 농산물 투자가 유망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한 바구니 이론'도 눈길을 끈다. "달걀을 한 바구니 안에 담지 말라는 것은 투자를 중개하는 사람들이 소송당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말에 불과하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 안에 담아야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옳은 바구니인지 유심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주식 브로커가 농부보다 못하다는 주장이나 분산 투자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하게 된다. 일반인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부분을 통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을 유력한 투자 유망 국가로 추천한 그의 말을 믿어도 좋을까. 북한은 여전히 고위험 상품이지만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고수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사실 우리에겐 한반도에서 전쟁이 영원히 사라져 마음 푹 놓고 안심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이미 높은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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