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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시가 있는 월요일] 속세를 넘는 은자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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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마을에 초막을 짓고 살지만
수레가 지나다니는 시끄러움이 없네
누군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묻네
마음이 아득하면 머무는 곳도 외로운 법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따다가
문득 남산을 바라보네
산의 기운은 해질 녘이라 더욱 아름답고
새들은 짝을 지어 날아가네
이 속에 참뜻이 담겨 있는 것을
말해주고 싶은데 이미 할 말을 잃었네
- 도연명 作 '음주(飮酒)'


마을 한가운데 살지만 시끄럽지 않다. 인간사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만사 구구하게 떠들어봐야 뭐하겠는가.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들에게 우주의 참뜻이 있는 법.

동진(東晋) 말기부터 송대에 걸쳐 살았던 시인 도연명의 작품이다.

속세 안에서 속세를 넘어서는 초월적 정서가 매력적이다. 나이 마흔에 벼슬을 내던지고 평생 자연과 술을 벗하며 살았던 그의 시는 은자의 깨달음을 담고 있어 매력적이다.

할 말은 많지만 그 말을 하지 않는 것. 은자의 미덕이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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