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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난민구조선 입항 거부 伊-佛 외교 충돌로…"균열된 EU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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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몰타 입항 거부된 난민선 스페인이 수용

마크롱 "무책임하다. 국제법 위반 소지" 비판

伊 살비니 내무 "9000명 수용이나 하라" 반박

중앙일보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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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몰타가 입항을 거부해 대규모 난민을 태운 구조선이 스페인으로 가야 했던 문제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외교 충돌로 번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EU)에 난민 정책을 손질하라고 촉구했다. 난민 수용 문제가 균열이 간 유럽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13일(현지시간)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초치했다. 앞서 리비아 해역에서 구조한 난민 629명을 태운 선박 ‘아쿠아리우스'에 대해 이탈리아는 “이번에는 몰타가 받아들여야 한다"며 입항을 거부했다. 몰타 역시 입항을 거부하면서 아쿠아리우스는 오도 가도 못하다가 스페인의 수용 결정으로 발렌시아 항에 도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이탈리아의 입항 거부에 대해 “냉소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해사법에 따라 난민구조선은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가야 한다"고 이탈리아를 압박했다. 돌로레스 델가도 스페인 법무장관도 “이탈리아의 국제인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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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살비니 신임 이탈리아 내무장관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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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난민구조선의 입항 거부 결정을 내린 이탈리아의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이 프랑스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고 나섰다. 상원에 출석한 그는 공식 사과가 없으면 오는 15일 주세페 콘테 신임 이탈리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취소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살비니 장관은 EU의 난민 분산 정책에 따라 프랑스가 최근 3년간 9800여 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돼 있었으나, 340명만 받아들였다며 “마크롱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라"며 "당장 프랑스가 수용하기로 한 난민 9000명을 데려가라"고 촉구했다.

이어 “프랑스는 정작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이탈리아 국경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된 1만249명의 난민이 프랑스로 가려는 것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오후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양국 경제장관 회동도 취소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탈리아가 반발하자 논평을 내고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느끼는 난민 부담의 무게와 노력을 잘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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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를 타고 이동중인 난민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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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입항 거부와 관련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난민 정책을 둘러싸고 갈라진 EU는 앞으로 몇 주 동안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으니 난민 정책을 손질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난민구조선의 입항 허가나 난민 심사와 관련한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란디 대표는 이와 함께 "지중해로 대량 난민이 유입된 이탈리아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약 70만 명의 난민이 도착했다. 이는 유럽으로 향한 전체 난민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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