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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물리 안 배워서"…서울대 공대, 학부생 기초과학 교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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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생 48%, 고교 물리Ⅱ 미이수 … '물리학기본' 수강 의무화
물리학 강의 4개 중 1, 중도취소율 15%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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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고등학생 김모(18) 군은 엔지니어의 꿈을 갖고 공대에 들어가는 게 목표이지만 학교에서 물리학 과목을 선택하는 친구가 없어 고민이 많다. 수강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물리Ⅱ 과목을 개설하지 않았고 김군은 스스로 독학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군은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면 당장 물리학의 기초가 많이 요구된다고 들었는데 고교에서 충분히 토대를 쌓는 게 여간 쉽지 않다"며 "인근 3개 학교를 모아서 고교물리Ⅱ를 개설하는 방안을 학교 측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수험생활 중 이동시간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울대 공대는 최근 교과과정위원회를 열고 고등학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교양필수과목인 '물리학' 수업 대신 '물리학 기본'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규정을 개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를 못 하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물리학 강의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학 측이 기초교육원, 자연대와 공동으로 물리학 기초 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수학과 물리학은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을 이해하는 데 기초가 되는 과목으로 학부 1학년 때 공대 대부분의 학과가 필수로 수학과 물리학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전형별 고등학교 물리Ⅱ 이수자 수를 보면 수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의 45%(4066명 중 1813명), 정시모집 학생의 56%(1734명 중 968명) 등 전체의 48%(총 5800명 중 2781명)가 고등학교에서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화과정을 모두 배우는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 1128명을 빼면 일반고 학생 4672명 중 60%(2781명)가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았다.

최성현 공대 교무부학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고전역학, 열역학, 전자기학 등 물리Ⅱ에서 다루는 내용은 대학에서 기계공학, 전기정보공학 등 관련전공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신입생 면담 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고교 때 물리Ⅱ가 노력에 비해 성적이 잘 향상되지 않아 입시에 유리한 다른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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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채 대학에 들어온 이공대 진학자들은 대학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거나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기도 한다. 최근 5년간 서울대에서 개설된 물리학 강의 가운데 학생들의 수강 중도 취소율이 15%를 넘긴 강의는 무려 24%로, 수학(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수강 중도 취소율이 25%를 넘는 강의 비중은 물리학과 수학이 각각 8%, 1%로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갑자기 확 높아진 물리학 난이도에 좌절해 적성이 아니라고 판단해 공학도의 꿈을 접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졸업을 위해 물리학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학생들은 계절 학기를 이용하거나 고학년 때 수강하기도 한다.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현구 교수는 "학부 기초과학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기초가 튼튼해야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며 "수학, 물리학 등 4차산업혁명의 인재들을 키우는데 기초가 되는 과목은 기초교육원과 협력해서 앞으로 수준별 과목을 다양하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고교에서 물리Ⅱ를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은 기존과 같이 물리학을 이수할 수 있으며, 영재학교 등에서 심화과목을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은 평가시험을 거쳐 고급물리를 이수하도록 하는 등 다양하고 세분화된 수준별 기초과학 과목이 제공된다.

차국헌 서울대 공대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초과학 뿐 아니라 컴퓨터 관련 기초도 중요하다"며 "공대 학부생 뿐 아니라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과목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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