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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변화의 바람 거센 부산…“정부 힘 실어줘야” “정권 견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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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선택 6·13 격전지를 가다

오거돈 민주당 후보 두 번째 도전

여론조사에선 20~30%p 앞서

4년 전 막판 역전 마음 못 놔

젊은 층 지방권력 교체에 무게

“부산 바꾸기 위해 1번 찍겠다”

서병수 한국당 후보 추격 불댕겨

정권심판론으로 보수층 파고들어

현장에선 대선 때보단 낫다는 평

60대 이상에선 견제론이 먹혀

“정부-지자체 같으면 오만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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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8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쇼핑몰 쥬디스태화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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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3년 만에 부산을 바꿉시다.” 지난 8일 오후 6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쇼핑몰 쥬디스태화 앞에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주먹을 흔들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에 평화통일의 새 길을 열고 있다. 부산의 지방권력을 교체해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자. 문재인 대통령을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를 기피하는 것과 달리, 부산의 민주당 후보들은 거제도 출신으로 부산이 정치적 고향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 “여당을 견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7일 오후 4시 부산 사상구 주례교차로에서 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는 유세 차량에서 “텔레비전이 온통 남북정상회담으로 뒤덮였다. 대통령이 지지도가 높으니까 자기 맘대로 한다. 투표해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정권견제론이다. 이어 그는 “지난 4년 동안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았는데 지난 1년 동안 현 정부가 부산 경제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서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형 성장을 하겠다고 한다. 학생운동 하던 참모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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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8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쇼핑몰 쥬디스태화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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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권력 교체 대 정권견제 부산 시민들은 오거돈·서병수 후보의 주장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공감할까. 지난 7~8일 부산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연령대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졌다. 젊은층은 지방권력 교체와 문 대통령에게 힘 실어주기에 무게를 뒀다. 도시철도 서면역에서 만난 이아무개(28)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2번이 싫어졌다. 부산도 바꾸고 현 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무조건 1번을 찍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청 앞에서 만난 70대의 박아무개씨는 “대통령이 여당인데 자치단체도 모두 같은 색깔이면 오만하지 않겠는교. 지난 대선엔 탄핵도 있고 해서 기권을 했는데 이번에는 2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세대에 따른 투표 성향의 차이는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3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나온 유권자들한테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아무개(49)씨는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다. 부산도 변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2번을 찍었다는 최아무개(72)씨는 “대통령이 남북 문제를 잘하고 있지만 나라가 건강해지려면 견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나이 든 사람들은 한국당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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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7일 부산 사상구 주례교차로 앞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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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에 올인해 경제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부산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주례교차로에서 만난 60대 이아무개씨는 “문 대통령이 서민 경제를 잘 살피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졌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반면 조아무개(44)씨는 “이제 1년이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부산 경제를 망쳤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큰 성과인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도 세대에 따라 갈렸다. 백아무개(35)씨는 “지방선거는 민생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남북 문제가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여성은 “젊은 세대에게 남북 문제는 영향을 주겠지만, 우리 세대는 남북 문제가 아무리 잘돼도 1번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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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자유한국당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7일 부산 사상구 주례교차로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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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결과는 과연 맞을까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실제 투표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올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 후보가 20~30%포인트의 격차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민선 부산시장이 처음 선출된 뒤 23년 만에 한국당 계열 정당 소속이 아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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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생각할까. 주례교차로에서 3~4명의 50~60대 남녀가 나누는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 여성은 “이미 승부는 기울어진 것 아니겠느냐. 부산시장은 이미 저쪽(오거돈)으로 넘어갔고 구청장도 많이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50대 남성은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하지만 그래도 여기가 한국당 텃밭 아니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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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후보 캠프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선거 결과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층의 투표 불참과 보수표 결집이 맞물리면 두 후보의 격차는 한자릿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4년 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오 후보는 서 후보에게 1.3%포인트 차이로 졌다. 지난 대선 때도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겨우 6%포인트였다. 아무리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도 보수층의 뒷심은 강하다는 게 이곳의 분위기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오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20년 이상 다져온 한국당의 조직력과 정권견제론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 선거는 끝날 때까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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